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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은 敵이 아니다”

사진=AP뉴시스


“언론은 자유 사회에 반드시 필요하다. 왜냐하면 언론은 지역 행정조직부터 백악관까지 지도자들에게 절대적인 신뢰를 보내지는 않기 때문이다.”(보스턴글로브·매사추세츠주)

“마음에 안 든다고 가짜뉴스라고 주장하고, 언론인을 적으로 부르는 것은 민주주의에 치명적인 위협이다.”(뉴욕타임스·뉴욕주)

“신문들이 힘들지만, 오늘 연대해 함께 일어섰다. 우리는 소통의 메신저이며 최고의 감시자이며 젊은이들의 지지자이며 악을 폭로하는 불빛이다. 우리는 목소리 없는 사람들의 목소리이고 지역사회의 눈과 귀다. 우리는 적이 아니다.”(시포드 앤드 로렐 스타스·델라웨어주)

“대통령이 언론인들과 싸우는 것은 이례적인 일은 아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전임자들과 달리 메시지를 통제하려 들며 언론을 꼭두각시처럼 조종하려 한다는 데 차이가 있다.”(뉴스 앤드 트리뷴·인디애나주)

미국 전역의 350여개 신문사들이 언론을 적으로 몰아세우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저항하기 위해 뭉쳤다. 이들은 16일(현지시간) 발행된 신문에 일제히 언론 자유를 호소하는 사설을 싣는 ‘사설 연대’에 나섰다. 이들은 언론을 적으로 모는 트럼프 대통령이 오히려 민주주의의 위협이라고 외쳤다.

선봉에 선 신문사는 보스턴글로브다. 이 신문은 다른 신문사들에 연락을 취해 트럼프 대통령이 언론과 벌이는 ‘더러운 전쟁’을 비판하는 사설을 16일자에 게재하자고 제안했다. 보스턴글로브는 미국 전역에서 논조, 발행부수와 상관없이 350개가 넘는 신문사들이 사설 연대에 동참했다고 밝혔다.

보스턴글로브는 또 ‘언론인은 적이 아니다’라는 사설을 온라인과 지면에 실었다. 이 사설은 ‘언론의 자유는 자유 보장에 필수적’이라는 2대 대통령 존 애덤스의 말을 인용하면서 미국을 지탱해 온 이 근본 원칙이 심각한 위협 아래 놓여 있다고 주장했다.

뉴욕타임스는 ‘자유로운 언론은 당신이 필요하다’라는 제목의 사설을 실었다. 이 신문도 3대 대통령을 지낸 토머스 제퍼슨의 명언인 ‘신문 없는 정부와 정부 없는 신문 중에서 하나를 택하라고 한다면 나는 주저 없이 정부 없는 신문을 택하겠다’라는 문구를 끌어왔다. 이 신문은 미 연방대법원이 “공공의 토론은 정치적 의무”라고 판결했던 사례도 강조했다.

보스턴글로브와 뉴욕타임스가 2, 3대 대통령인 존 애덤스와 토머스 제퍼슨을 인용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대비 효과를 노린 것으로 분석된다.

발행부수가 많지 않은 지역지들도 사설을 통해 언론 자유 지키기에 동참했다. 메인주에서 발행되는 포틀랜드 프레스 헤럴드는 “평상시에는 신문사들이 각자의 목소리를 내지만, 지금은 정상적인 때가 아니다. 우리는 우리 삶에 헌신하는 언론을 지키기 위해 나섰다”고 연대를 강조했다. 인디애나주의 사우스 벤드 트리뷴은 “우리는 적이 아니다. 우리는 단지 지역사회가 더 강해지는 데 도움을 주기를 원할 뿐이다. 여기에 가짜는 없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불리한 보도를 가짜뉴스라고 몰아세우는 것을 비꼬았다. 네브래스카주에서 발행되는 폴스 시티 저널은 “비판은 우리가 하는 일에 숙명적으로 따라붙는다. 모든 신문사가 마찬가지다. 그러나 우리는 적이 아니고, 당신의 동료이며, 친구이고, 이웃”이라고 전했다.

미국 언론들은 사설 연대에 참여하는 언론사들이 늘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론의 집단적인 저항에 어떤 반응을 나타낼지 주목된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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