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시도 도밍고 내한 공연 SVIP석 55만원, 역대 성악 최고가

2년 만에 다시 내한하는 세계적인 성악가 플라시도 도밍고. 오는 10월 26일로 예정된 그의 공연 티켓 가격이 최고 55만원에 책정돼 화제가 되고 있다. PRM 제공




한국 클래식계에서 고소득층을 겨냥한 ‘귀족 마케팅’은 어디까지 통할까.

루치아노 파바로티, 호세 카레라스와 함께 세계 3대 테너로 불리던 스페인 출신 성악가 플라시도 도밍고(77)가 오는 10월 26일 서울 송파구 잠실실내체육관에서 2년 만에 내한 공연을 연다. 티켓 최고 등급 가격이 성악 공연으로는 역대 최고가인 55만원으로 책정됐다. 장소를 고려하면 고가라는 의견과 명성에 비하면 높지 않다는 반론이 엇갈리고 있다.

55만원은 SVIP석 가격이다. SVIP는 ‘SUPER-VIP’의 준말이다. 그 다음 등급인 ‘VERY-VIP’란 뜻의 VVIP석은 44만원이다. VIP석은 33만원, R석은 22만원, S석은 16만5000원, A석은 9만9000원, B석은 5만5000원 순이다. 공연 주최사는 SVIP석의 경우 가격에 상응하는 특전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2016년 도밍고 공연의 최고가는 33만원이었다. 업체 측은 공연 후 관객과 만남의 시간을 갖는 ‘밋앤그릿(Meet&Greet)’ 행사 등을 마련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한 공연계 관계자는 “도밍고의 이번 공연은 마이크를 쓸 수밖에 없는 체육관에서 열리고, 프로그램도 리사이틀 수준인 걸 고려하면 과도한 금액”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일부 클래식 팬들은 “해당 좌석은 무대에 근접한 최상위 좌석이고 세계 최고 수준인 도밍고의 기량과 명성을 생각하면 비싸다고 하기 어렵다”고 반응한다.

높은 티켓 가격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다. 중견 클래식 공연 마케터는 “고가 티켓은 특별한 사람만 살 수 있다는 이미지를 주기 때문에 구매 심리를 자극하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예기치 않은 홍보 효과도 생긴다. 도밍고는 내한한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큰 관심을 받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런데 고가 티켓이 회자되면서 공연 인지도가 급상승했다. 물론 고가 티켓이 반감으로 작용해 판매 부진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주최사인 PRM 관계자는 16일 “티켓을 오픈한 지난 8일, 한 예매 사이트에서 가장 많이 판매된 클래식 공연이 되기도 했다”며 “아직까지 뚜렷한 판매 추이는 없는데 대개 이런 공연은 날짜가 임박하면 많이 나간다”고 말했다.

공연계에서는 지난해 8월 팝가수 아리아나 그란데의 첫 내한 공연 이후 초고가 티켓 책정이 유행하는 분위기다. 당시 주최 측은 티켓 최고가를 65만원으로 제시했다. 특전으로 제시됐던 리허설 관람이 불발되면서 비난이 거세게 일었던 경우다. 이후 국내 대형 대중가수 공연 기획사들이 잇달아 밋앤그릿 등이 포함된 고가 티켓을 선보이고 있다.

1991년 처음 한국 무대에 오른 도밍고는 모두 6번의 내한 공연을 가졌다. 이번 공연 프로그램은 미정이지만 2년 전과 비슷하게 오페라 아리아, 뮤지컬 넘버, 팝송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들려줄 전망이다. 57년 바리톤 가수로 데뷔한 그는 61년 베르디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를 통해 테너 역인 알프레도를 맡은 뒤 50년가량 테너로 활동했다.

국내에서는 팝가수 존 덴버와 함께 부른 크로스오버 곡 ‘퍼햅스 러브(Perhaps Love)’로 유명하다. 그를 세계적인 스타로 만든 것은 ‘스리 테너’ 콘서트다. 90년 이탈리아월드컵 전야제에서 루치아노 파바로티, 호세 카레라스와 함께한 이 공연의 실황 음반은 전 세계에서 1200만장이 팔려나갔다. 클래식 음반 중 최다 판매된 음반으로 기네스북에 올랐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