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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만명 ‘조국 엑소더스’… 베네수엘라의 비극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지지하는 볼리바르 민병대 대원 한 명이 6일(현지시간) 카라카스의 미라플로레스 대통령궁 앞에서 마두로 대통령의 사진을 들고 있다. 브라질의 한 판사는 이날 경제난과 정치 혼란을 피해 브라질로 대피하는 베네수엘라 국민들이 급증함에 따라 베네수엘라와의 국경을 폐쇄하라고 명령했다.


최악의 경제위기를 겪고 있는 베네수엘라에서 굶주림 때문에 외국으로 탈출한 국민이 23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유엔은 14일(현지시간) “지난 6월 기준 베네수엘라 전체 인구 3280만명의 7%에 달하는 230만명이 식량 부족 때문에 콜롬비아 에콰도르 페루 브라질 미국 등으로 떠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스테판 두자릭 유엔 대변인은 베네수엘라 국민의 엑소더스를 전하면서 “피난민 가운데 130만명은 영양실조 상태”라고 말했다.

유엔은 또 베네수엘라가 심각한 의약품 부족으로 의료 서비스의 질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두자릭 대변인은 “현재 베네수엘라에서 10만명이 넘는 에이즈 환자들이 치료제 부족으로 위험에 처해 있다. 또 예전에 없어졌던 홍역 말라리아 결핵 같은 전염병이 영양 부족과 면역력 약화 속에 재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세계 최대 석유 매장량을 자랑하는 베네수엘라는 그동안 석유 수출에 의존해 국가 재정을 꾸려왔다. 하지만 2013년부터 국제유가가 급락하면서 경제위기가 심화되기 시작했다. 우고 차베스 대통령 시절 복지 중심의 사회주의 국가경제를 추진한 탓에 제조업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이 장기집권을 위해 지난해 제헌의회를 꾸린 뒤 올해 6년 임기의 대통령에 재선된 데 대해 미국 등 국제사회가 제재에 나서면서 베네수엘라의 경제위기는 한층 악화됐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베네수엘라의 물가상승률(인플레이션)이 100만%를 넘길 것으로 경고했다.

현재 베네수엘라와 인접한 브라질 콜롬비아 에콰도르 등은 그동안 인도적 차원에서 베네수엘라 피난민들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피난민 급증으로 문제가 커지자 점점 인내심을 잃고 있다. 베네수엘라 피난민이 87만명을 넘어선 콜롬비아의 수도 보고타에서 베네수엘라 여성들이 대거 성매매에 나선 것이 논란이 됐다. 또 100만명 이상의 베네수엘라 난민이 입국한 브라질에선 최근 홍역이 급증했다. 지난해 베네수엘라에서 창궐한 홍역이 난민과 함께 브라질로 전파된 것이다.

결국 에콰도르 정부는 지난 8일 베네수엘라 난민이 몰려드는 북동부 3개 주에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브라질 북부 호라이마주는 베네수엘라 국경을 폐쇄했다. 하루 만에 법원 판결로 무효화됐지만 브라질 당국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유엔은 “베네수엘라 피난민들은 현재 법적 지위와 의식주 등 기초적인 모든 문제에서 도움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원조가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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