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시사  >  출판

[책속의 컷] 소녀상은 무엇을 바라보고 있나



저 그림은 서울 종로구 주한일본대사관 앞에 있는 ‘평화의 소녀상’(이하 소녀상) 뒷모습을 그린 것이다. 일본대사관 앞에 소녀상이 세워진 건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수요집회가 1000회를 맞았던 2011년 12월 14일이었다. 즉, 저 소녀상은 올해로 벌써 8년째 저 자리에서 일본의 반성과 사죄를 촉구하면서 침묵시위를 벌이고 있는 셈이다.

‘평화의 소녀상을 그리다’에는 저 그림을 포함해 전국의 소녀상들을 그린 작품들이 담겨 있다. 이 책의 탄생 스토리는 특이한데, 저자인 김세진(31)씨는 2016년 겨울 ‘소녀상 지킴이’ 활동을 하다가 한 시민으로부터 이런 질문을 받았다. “전국에 소녀상이 몇 개인지, 어디에 있는지 아느냐.” 김씨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고, 심한 부끄러움을 느꼈다.

결국 이듬해 5월 15일부터 8월 26일까지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며 소녀상 75개를 마주했고, 이들 소녀상을 화폭에 옮겼다(김씨에 따르면 현재 전국에 있는 소녀상은 75개보다 훨씬 많아서 100개가 넘는다). 소녀상은 전부 비슷할 것 같지만 표정도, 포즈도 제각각이었다.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을 그린 저 작품을 소개하며 저자는 이렇게 적었다.

“대사관을 보호하기 위한 경찰버스 차벽이 세워져 있다. 맞은편에는 소녀상과 함께하는 시민들이 있고, 경찰은 이들을 감시한다. 소녀상은 그 자리에서 모든 것을 바라보고 있다. 소녀상이 바라보고 있는 모습을 함께 생각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을 그림에 담았다.”

박지훈 기자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