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53) 전 충남도지사는 14일 서울서부지법 선고 직후인 오전 11시10분쯤 기자들 앞에 섰다.

그는 “국민 여러분 죄송하다. 부끄럽다. 많은 실망을 드렸다”며 “다시 태어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사법당국에 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 묻자 “부끄럽고 죄송하다는 말씀만 올린다”고 말했다.

‘김지은씨에게 한마디해 달라’는 요청에는 끝까지 침묵했다. 안 전 지사가 떠난 뒤 법원 앞에선 여성단체와 지지자들의 승강이가 벌어졌다.

고소인인 김지은(33)씨는 선고 직후 변호인을 통해 낸 입장문에서 “재판정에서 피해자다움과 정조를 말씀하실 때 결과는 이미 예견된 것이었는지도 모른다”면서 “굳건히 살아서 안희정의 범죄 행위를 법적으로 증명할 것이며 권력자의 권력형 성폭력이 법에 따라 정당하게 심판받을 수 있도록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법정에서 김씨는 안 전 지사 쪽에 눈길을 주지 않고 정면만 응시했다. 안 전 지사 역시 마찬가지였다. 피고인석에 앉은 안 전 지사는 변호인과 잠시 귓속말을 나누고 시선을 떨궜다.

법정에서 나갈 때까지 두 사람은 서로를 쳐다보지 않았다. 김씨는 검정 재킷에 검은색 뿔테 안경, 짧은 머리를 하나로 묶은 모습이었다. 표정은 다소 덤덤했다.

선고 순간, 안 전 지사는 두 손을 모으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눈을 감고 주문을 듣던 그는 ‘무죄’라는 단어가 나오자 판사를 쳐다보며 크게 숨을 내쉬었다. 표정 변화는 크지 않았다.

일순간 방청석에 정적이 감돌았다. 이내 “너무한다” “정의가 없다”는 여성들의 반발이 터져 나왔다. “지사님 힘내세요”라는 응원 메시지도 들려왔다. 김씨는 별도의 통로로 금세 법정을 빠져나갔다.
 

앞서 안 전 지사는 지난 재판 때처럼 남색 정장에 흰 와이셔츠 차림으로 법원에 출석했다. 오전 10시30분 승용차에서 내린 안 전 지사는 포토라인에 서서 한 차례 머리를 숙였다.

혐의를 인정하라고 외치는 여성단체의 목소리와 안 전 지사를 응원하는 지지자들의 목소리가 뒤섞였다.

안 전 지사는 ‘무죄를 예상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지금은 드릴 말씀이 없다”고 답한 뒤 빠르게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