說만 설설… 선장 못 찾는 한국축구



바히드 할릴호지치 전 일본 감독, 카를로스 케이로스 이란 감독, 키케 플로레스 전 에스파뇰 감독, 후안 카를로스 오소리오 전 멕시코 감독. 한국 축구 대표팀을 지휘할 차기 감독 후보의 이름이 하루가 멀다하고 언론에 거론되고 있지만 공식발표는 감감무소식이다. 대한축구협회의 눈높이와 계약 조건이 어긋나면서 감독 선임 작업이 난항에 빠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로 인해 새 감독의 지휘 아래 다음 달 초 A매치가 순조롭게 치러질지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2018 러시아월드컵을 마무리한 지 한 달 반이 지났지만, 후보자로 나온 인물만 십여 명에 달할 뿐 후임 감독은 정확한 윤곽조차 나오지 않았다. 축구협회는 지난달 5일 10명 안쪽으로 후보군을 추려 포트폴리오를 작성했다고 밝혔지만, 실제 선임 작업은 더디기만 하다.

루머만 나오다 다른 나라의 지도자로 부임한 경우도 있다. 루이스 펠리페 스콜라리 전 브라질 대표팀 감독은 브라질의 프로팀 파우 메이라스의 지휘봉을 잡았다. 케이로스 감독도 결국 이란 대표팀에 남는다고 알려졌다.

감독 선임에 난항을 겪는 이유는 협회의 기준이 높기 때문이다. 김판곤 국가대표감독 선임위원장은 지난달 공식 기자회견에서 ‘9회 연속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 한국의 격에 맞을 것’ ‘월드컵 예선 통과 및 대륙컵 또는 명문 리그 우승 경험’ ‘공격 축구 철학’을 차기 감독 조건으로 내세웠다.

문제는 이에 걸맞은 감독을 데려오려면 연봉 등의 수준을 높여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점이다. 정몽규 축구협회 회장은 “한국 대표팀은 외국인 명장에게 선호되지 않는다. 다른 나라보다 연봉을 50%는 더 줘야 데려올 수 있다”며 고민을 토로했다. 김대길 KBSN 해설위원도 “세계 축구에서 한국은 변방이므로 협회가 제시한 조건을 완벽하게 맞추기는 어렵다”며 “이름값과 리더십이 적당히 충족되는 선에서 데려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러 상황을 가정해 신속한 대안을 준비했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일본은 월드컵 16강 진출에 성공했음에도 패스 축구라는 명확한 철학을 바탕으로 국내 감독인 모리야스 하지메를 일찌감치 선임했다. 신문선 명지대 교수는 “월드컵 직후는 감독 시장이 가장 성수기일 때다. 일본처럼 여러 변수를 고민해 미리 준비했다면 차기 감독도 빠르게 결정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시간에 쫓겨 최상의 선택을 하지 못할까 걱정된다”고 언급했다.

협회가 당초 제시한 감독 선임 데드라인은 9월 A매치다. 대표팀은 다음 달 7일 코스타리카와, 11일에는 칠레와 친선전을 가진다. 국제축구연맹(FIFA) 규정상 친선전에 뛸 선수들의 명단은 오는 27일 발표된다. 이런 일정을 고려해 협회는 당초 A매치 약 한 달 전에 감독 선임을 매듭지을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날까지 감독은 결정되지 않았고 이제는 대표팀 경기를 감독 대리 체제로 치를 가능성도 없지 않다. 협회 관계자는 “대표팀 명단 발표 전에 선임할 수 있도록 하겠다. 최선을 다해 협상을 진행 중이다”고 밝혔다.

방극렬 기자 extre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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