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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마구치 교수 “일본의 ‘위안부 때리기’ 노골화, 한국 적극 대응하라”

야마구치 도모미 미국 몬태나주립대 교수가 12일 서울대 호암교수회관에서 국민일보 기자와 만나 일본 내 ‘위안부 백래시(반발 심리)’ 현상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일본 정부의 ‘위안부 때리기’는 갈수록 심해지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의 적극 대응이 필요합니다.”

‘위안부 백래시(반발 심리)’를 수년간 연구해 온 문화인류학자 야마구치 도모미 미국 몬태나주립대 교수는 최근 일본 정부와 우익세력의 외교적 대응을 언급하며 이같이 우려했다. 그는 지난해 일본의 역사왜곡운동을 비판하는 저서 두 권을 연달아 내며 화제의 중심에 섰다. 위안부기림일 기념 국제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한 그를 지난 12일 서울대 호암교수회관에서 만났다.

야마구치 교수는 2014년 전후로 일본 우익세력의 반격이 더 커졌다고 분석했다. 위안부 피해자 김학순 할머니 증언을 최초 보도한 아사히신문은 그해 8월 특집기사로 그간의 위안부 보도를 재검증했다. 일부 기사에 오류가 발견돼 철회했지만 대부분은 문제가 없었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이는 일본 내에서 역효과를 불러일으켰다. 야마구치 교수는 “오히려 ‘그것 봐라. 문제가 많았다’는 의견이 득세했고, 우익세력 사이에서는 ‘국내에서는 역사전쟁에서 이겼다’는 평가까지 나왔다”고 지적했다. 또 “일본 정부가 이후 역사 관련 전장을 해외로 옮기고 이에 집중하게 됐다”고 분석했다.

일본이 가장 공을 들이는 곳은 미국이다. 2014년 전후로 설립된 ‘위안부의 진실 국민운동’ ‘역사의 진실을 요구하는 세계연합회’ 등 단체의 활동도 미국에 집중돼 있다. 이들은 집회와 서명운동, 항의메일을 통해 소녀상 건립을 곳곳에서 무산시켰다. 소녀상이 세워지면 그곳 일본인들이 지역사회에서 따돌림을 당한다는 소문을 퍼트리며 교포들을 결집시켰다.

야마구치 교수는 “특히 일본 정부의 지원사격이 갈수록 노골적으로 변해가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 차원의 항의로 소녀상 건립이 무산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것이다. 지난해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한 시민단체는 시내 주요 명소인 인권박물관 앞에 소녀상을 세우려다가 일본 총영사관의 반대에 부딪혀 장소를 옮겼다. 야마구치 교수는 “총영사가 직접 지역신문 인터뷰를 통해 위안부는 성노예가 아니라고 발언했다”며 “브룩헤이븐 공원으로 소녀상 설립 장소가 바뀌자 그곳에서 열리는 벚꽃 축제를 보이콧했다”고 전했다.

일본 정부의 적극적인 움직임으로 위안부 백래시가 향후 더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높다. 야마구치 교수는 올해 부임한 스기야마 신스케 주미 일본대사를 두고 ‘굉장한 위안부 부정자’라고 평했다. 스기야마 대사는 앞서 소녀상에 대해 “더 강력하게 발언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최근 중국 상하이에서 예정돼 있던 위안부 관련 포럼도 ‘외교 문제’로 취소됐다. 야마구치 교수는 “백래시를 일부 세력의 돌발행동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며 “필리핀 마닐라의 위안부 동상과 중국 위안부 포럼 모두 결국 사라지지 않았느냐”고 강조했다.

올해 처음 국가기념일로 지정된 위안부기림일 기념식은 14일 충남 천안에서 열린다. 야마구치 교수는 당일 나눔의 집을 찾아 할머니들을 만난다. 그의 저서 ‘바다를 건너간 위안부’는 지난해 한국어로 번역·출간됐지만 한국 출장은 이번이 처음이다. 야마구치 교수는 “이번 전쟁은 정의롭게 끝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글·사진=이재연 기자 jay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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