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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리라화 폭락’ 공포, 아시아 금융시장 강타



터키 ‘리라화 폭락’의 공포가 유럽을 넘어 아시아 금융시장을 강타했다. 코스피지수는 2250선이 무너지면서 15개월 만에 최저치를 찍었다. 중국 일본 홍콩 증시도 줄줄이 내렸다.

전문가들은 터키가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낮아 글로벌 금융시장이 꽁꽁 얼어붙을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다만 터키 위기가 ‘미국 관세폭탄’에서 불거졌다는 점을 고려하면 투자심리에 당분간 악재가 될 전망이다.

13일 코스피지수는 34.34포인트(1.5%) 하락한 2248.45로 장을 마쳤다. 금융시장 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해지면서 외국인은 1725억원을 순매도했다. 3거래일째 매도세다.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가 바이오 업체 셀트리온에 대해 ‘매도 의견’ 보고서를 낸 것도 지수의 발목을 잡았다. 셀트리온은 4.23% 떨어졌다. 셀트리온 주가 하락은 바이오주가 주로 포진한 코스닥시장 급락으로 연결됐다.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주인 셀트리온헬스케어(-4.23%) 신라젠(-8.46%) 메디톡스(-5.07%) 등은 속절없이 무너졌다. 코스닥지수는 3.72%나 추락한 755.65로 장을 마쳤다.

원·달러 환율은 5원 오른 1133.9원에 거래를 마쳤다(원화 가치 하락). 장중 연중 최고치인 1138.9원에 근접하기도 했다. 아시아 주요 증시도 일제히 내렸다.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1.98%, 홍콩 항셍지수는 1.52%,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0.34% 떨어졌다.

터키의 경제위기가 유럽으로 전염될 수 있다는 ‘심리적 불안감’이 금융시장에 치명타로 작용했다. 터키 경제 상황은 좋지 못하다. 인플레이션 심화, 경상수지 적자 등을 겪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터키 리라화가 바닥을 모르는 듯 주저앉고 있다. 방아쇠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당겼다. 그는 지난 10일 트위터에 “터키에 대한 철강과 알루미늄의 관세를 2배로 부과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터키는 미국인 목사 앤드루 브런슨을 테러 및 간첩 혐의로 약 2년간 구금하고 있어 미국과 갈등을 빚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리라화는 미국의 대(對)터키 제재 우려로 15.88% 떨어졌다. ‘2001년 은행 위기’ 이후 최대 낙폭이었다. 터키 당국은 금융위기가 발발할 가능성까지 제기되자 자국 은행들의 외화·리라화 스와프 거래 등을 해당 은행 자본의 50%까지로 제한했다.

전문가들은 터키발(發) 공포의 ‘전이효과’가 제한적이라고 본다. 글로벌 금융시장에 오랜 기간 타격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분석한다. 터키의 국내총생산(GDP)은 전 세계에서 1.5% 비중을 차지한다. 다른 나라 은행에서 빌려온 돈은 약 2233억 달러로 전체 규모가 크지 않은 데다 채권자 대부분이 남유럽 은행들이다.

그러나 1주일 이상 글로벌 금융시장에 긴장감은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KB증권 김두언 선임연구원은 “터키는 ‘미국과 날을 세우는 국가는 보내버릴 수 있다’는 경고의 시범 사례가 될 수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제재는 여차하면 또 나올 수 있다는 측면에서 두려운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터키 리라화가 폭락하면서 국내 해외 직구(직접구매)족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 등을 중심으로 터키에서 명품을 싸게 구입할 수 있다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다만 배송 문제 등을 감안할 때 신중할 필요가 있다. 관세청 관계자는 “직구를 하는 해당 국가의 정치·경제 상황에 따라 배송 사고 등 위험 요인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나성원 조성은 기자 na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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