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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큼 다가온 여성 공무원 50% 시대, “공직 여풍은 사기업 유리천장 탓”



‘공무원 여풍(女風)’ 기조가 이어지면서 여성 공무원 비중이 전체의 50%에 가까워졌다. 일부 남성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낼 정도로 여성 공무원은 빨리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여성 공무원 강세 현상을 민간기업의 성차별적 채용 행태가 불러온 기형적 쏠림으로 분석한다.

13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여성 공무원 수는 전체 공무원의 46.6%(104만8831명 중 48만8387명)를 차지했다. 여성 공무원 비율은 2009년 40.9%에서 매년 증가하고 있다.

일부 남성들은 불만의 목소리를 쏟아낸다. 여러 인터넷 커뮤니티엔 ‘남성들이 군대에 가 있는 동안 여성들은 시험공부를 했다’ ‘여성이 일하기 쉬운 직종만 선택해서 그렇다’ 등 비난 섞인 글이 실렸다. 한 네티즌은 “여성 공무원이 늘어날수록 잔업, 당직 등 몸 쓰는 일은 숫자가 줄어든 남성한테 몰린다”며 역차별 문제를 지적했다.

그러나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사기업은 채용부터 승진까지 유리천장이 확고하다보니 공무원 시장으로 여성들이 눈을 돌리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달 대통령직속기구 일자리위원회가 내놓은 ‘채용 성차별 해소방안’에 따르면 상시근로자 500인 이상 기업의 여성 입사자 비율은 2013년부터 4년간 평균 37%에 그쳤다. 올해 초엔 한 시중은행이 2013년 공채에서 남녀비율을 4대 1로 조정하는 등 시중은행들이 여성을 차별한 정황이 적발됐다. 강민정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여성노동연구센터장은 “여성 청년 구직자들은 ‘필기 전형까지는 여성 합격자 수가 배 가까이 많았는데 면접 전형에서 수두룩 떨어진다’며 성차별 피해를 토로한다. 공정하다고 믿는 공무원 시험에 이들이 몰리는 이유”라고 말했다.

민간 기업이 여성을 덜 뽑는 가장 큰 이유로는 출산·육아 등으로 인한 업무공백이 꼽힌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적극적 고용개선조치 위반사업장(여성 고용률이 평균의 70%보다 낮은 기업)들은 주로 육아휴직 등으로 인한 경력 단절을 우려한다”고 말했다. 이렇다 보니 국내 대기업 31곳의 여성 임원 비율은 1.6%(245명 중 4명)에 불과하다. 반면 육아휴직 등이 보장되는 공무원 사회는 여성 고위직 비율이 14.5%다.

장덕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공무원 사회도 유리천장이 존재하지만 정부가 여성 고위직 비율 목표치를 설정하는 등 극복 노력을 하고 있어 여성 재원이 모인다. 이 상황이 계속되면 여성 공무원 비중이 훨씬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안규영 기자 ky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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