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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기 통해 광복 의미 되새겨보세요

고종이 미국인 외교 고문 데니에게 하사한 데니 태극기와 노블 선교사 부부가 소장했던 노블 태극기, 1900년 파리 만국박람회 당시 대한제국을 소개한 프랑스 일간지(위쪽부터).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1886년부터 1890년까지 조선 26대 왕 고종(재위 1863∼1907)의 외교 고문을 지낸 미국인 오언 데니(1838∼1900). 그는 조선 내정에 간섭하던 청의 정치가 리훙장(李鴻章)의 추천을 받아 외교 고문이 됐다. 그럼에도 고종의 자주외교를 지지해 고문을 지내는 동안 ‘청한론(淸韓論)’을 저술하며 근대 국제법 이론에 근거해 조선이 청에 속한다는 속방론을 부정하고 청의 간섭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이에 청의 미움을 받아 외교 고문직에서 파면됐다.

고종은 데니가 미국으로 돌아갈 때 태극기를 하사했다. 일명 ‘데니 태극기’다. 국립중앙박물관은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태극기로 꼽히는 데니 태극기를 비롯한 주요 태극기를 광복절을 맞아 특별 공개한다고 13일 밝혔다. 이날부터 19일까지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박물관 상설전시실 1층 중근세관 대한제국실에서다.

데니 태극기는 가로 263㎝, 세로 180㎝인 대형 태극기로, 바탕은 흰색 광목 두 폭을 이어서 만들었고, 태극과 괘는 빨간색과 파란색 천을 오려서 바느질했다. 4괘의 위치는 지금의 태극기와 같지만, 깃봉을 다는 위치는 다르다. 이는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글을 쓰던 오랜 습관에서 비롯된 것으로 추정된다. 데니 태극기는 1981년 후손에 의해 한국에 기증됐다.

태극기의 초기 형태를 보여주는 미국인 목사 윌리엄 아서 노블(1866∼1945)이 소장했던 태극기도 선보인다. 노블 목사는 1892년 감리교 선교사로 한국에 와 배재학당 교사 등으로 활동했다. 양반집 아들과 부잣집 여종의 비극적 사랑을 다룬 소설 ‘이화, 한국이야기’(1906)를 펴내기도 했다. ‘노블 태극기’ 역시 빨강과 파란 천으로 태극과 4괘를 박음질해서 만들어졌다.

이 밖에 1900년 파리 만국박람회 당시 대한제국 전시관에 대해 소개한 프랑스 일간지 ‘르 프티 주느날(Le Petit Journal)’도 만나볼 수 있다. 태극기의 역사에 대해 소개하는 영상도 마련돼 태극기를 통해 광복의 의미를 새길 수 있도록 했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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