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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도 되풀이됐던 국민연금 개혁 논란



국민연금 제도 개선이 논란이 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처음 재정추계를 실시한 1998년 이래 정권마다 개혁을 실시할 기회가 있었지만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흐지부지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단순히 고갈 시기를 늦추는 ‘땜빵식’ 정책만 내세운 탓에 근본적인 개선이 이뤄지지 못했고 세대 간 갈등만 야기해 왔다고 지적했다.

국민연금 보험료율은 88년 3.0%로 출발해 98년 9%가 된 뒤 20년째 그대로다. 반면 한국의 국민연금 제도 초기 모델인 일본의 후생연금은 3.0%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18% 수준으로 대폭 인상됐다. 5년마다 실시되는 재정추계에서 전격적인 개혁을 실시해야 했지만 정치권이 유권자 표심만 의식해 이를 차일피일 미뤄온 탓이다.

노무현정부 시절인 2003년 장기 재정추계 뒤 정부는 이듬해 보험료율 15.9% 인상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여야 모두에서 반대해 무산됐다. 임기 마지막 해인 2007년 정부는 보험료율을 단계적으로 12.9%까지 올리고 소득대체율을 50%로 내리는 법안을 내놨지만 대선을 앞둔 여야 모두 반대해 소득대체율만 40%로 내렸다.

이명박정부 당시인 2008년에도 보험료율을 올려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지만 다시 미뤄졌다. 소득대체율을 낮춘 지 겨우 1년 만에 다시 제도에 손을 대기가 부담스럽다는 이유였다. 박근혜정부도 2013년 재정추계에서 이를 건드리지 못했고, 대신 공무원연금 개혁만 간신히 이뤄냈다.

전문가들은 당장 연금 적립금 고갈을 늦추기 위해 보험료율 조정 등의 방안이 필요하다는 데 동의했다. 그러나 중장기 대책을 설정한 상태에서 이를 조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창률 단국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수명이 늘고 출산율이 예상보다 빨리 하락하는 등 환경 변화로 고갈 시점이 당겨지는 건 어쩔 수 없다”면서도 “정부가 단기적으로 재정 보충 방안만 찾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스위스나 일본, 독일은 90년대 후반∼2000년대 초반 연금제도 문제를 인지하고 이른바 ‘재정 자동안정장치’를 도입했다. 매년 수명, 소득, 고령화 비율 등에 따라 자동으로 보험료율, 지급 개시 연령, 소득대체율 등이 바뀌는 제도다. 보건사회연구원 윤석명 연구원은 “한국은 국민연금 문제가 지나치게 정치 이슈화돼 있다”며 “미래세대 고통을 분담하기 위해 정치적 요소를 배제하고 철저히 국민연금의 지속 가능성만을 고려해 제도를 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일각에선 국민연금이 ‘적립식’ 대신 유럽처럼 현 근로세대가 현 노인세대 연금지급액만을 책임지는 ‘부과식’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김용하 순천향대 금융보험학과 교수는 “유럽은 노인인구 비율이 25∼28%로 안정화된 곳”이라면서 “장래 노인층이 전체의 40%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우리의 인구 구조로는 부과식을 감당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재정 이외의 요소에서 구조적인 전환을 꾀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황명진 고려대 행정전문대학원 공공사회·통일외교학부 교수는 “수급 연령을 높이려면 기초소득을 보장해준 뒤 중장년 이후 고령자들이 일을 더 많이 하도록 해야 한다”면서 “이민자를 늘려 인구 구조를 급격히 바꾸거나 공무원연금이나 군인연금 등 특수직역연금을 국민연금에 통합시키는 등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효석 안규영 기자 promen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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