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보다 뜨거운 ‘바람의 손자’ 이정후

이정후
 
이종범


지난해 역대 신인 최다 안타를 터뜨리며 화려하게 한국프로야구(KBO) 신고식을 치른 ‘바람의 손자’ 이정후(넥센 히어로즈)가 후반기 괴력을 선사하며 마침내 타격 수위 자리에 올랐다. 이런 기세라면 데뷔 2년 만에 KBO 타격왕을 차지하는 것도 어렵지 않을 전망이다. 이런 활약을 바탕으로 이번 주 초 선수 교체를 예고한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야구대표팀에의 승선도 유력해졌다. 바야흐로 이정후 전성시대가 활짝 열렸다.

이정후는 12일 LG 트윈스와의 경기에서 5타수 3안타를 쳐내며 팀 창단 최다인 9연승을 견인했다. 4경기 연속 멀티히트이면서 이번 주 6경기 중 4경기에서 3안타 이상을 기록하는 등 불방망이를 과시하고 있다. 타율은 0.369로 전날까지 1위를 달리던 양의지(0.368·두산 베어스)를 불과 1리 차이로 제치며 올 시즌 첫 타율 1위 자리에 등극했다. 지난달 말까지 리그 6위였던 넥센이 4위까지 오른 데에는 이정후가 일등 공신으로 꼽힌다.

후반기 기세만 놓고 보면 이정후의 타격왕 가능성은 성큼 다가온다. 전반기 타격 선두를 다투던 양의지와 안치홍(KIA 타이거즈)이 후반기 들어 주춤하는 사이에 이정후가 맹타를 휘두르는 중이다. 이정후는 이달 들어 타율이 0.510나 되며 지난주에만 국한하면 무려 0.633이라는 만화 같은 성적을 보이고 있다. 만 20세인 이정후가 올해 타격왕에 오른다면 2008년 당시 두산에서 뛰던 김현수(0.357·현 LG)와 함께 KBO 역대 최연소 타격왕 타이 기록을 세우게 된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정후와 ‘바람의 아들’이자 야구천재로 불린 아버지 이종범 야구대표팀 코치가 유사한 길을 걷고 있다는 점이다. 프로야구 데뷔 때부터 두각을 나타냈던 이종범은 입단 2년차인 1994년 해태 타이거즈(현 KIA)에서 타율 0.393을 기록하며 타격왕이 됐다. 둘 다 2년차 징크스를 깼다. 만약 부자(父子) 타격왕이 탄생한다면 KBO리그 사상 처음이며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일이다.

이정후의 물오른 타격감은 아시안게임 선발에 대한 기대치도 높이고 있다. 당초 선발된 선수 중 일부가 부상을 입으면서 이번 주 초 명단 교체 발표가 나올 예정이다. 처음 대표팀을 선발할 당시 이정후는 우타자 외야수인 박건우(두산)에게 밀려 발탁되지 못했다. 선동열 대표팀 감독은 “우타자 하나가 들어가야 하지 않나 해서 이정후가 안타깝게 탈락했다”고 설명했다. 대표팀의 좌우 균형을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박건우가 지난 2일 옆구리 부상으로 낙마, 리그에서 가장 타격감이 좋은 이정후가 새로이 뽑힐 가능성이 높다. 특히 이정후는 이번 시즌 좌투수를 상대로 타율 0.402를 기록하며 우투수(0.349)보다 더 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박건우 대체자로 반드시 우타자만을 고집할 필요가 없음을 몸소 각인시켜준 셈이다.

방극렬 기자 extreme@kmib.co.kr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