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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전쟁 유리한 고지 선 美… 관세폭탄 바닥 난 中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촉발한 미·중 무역전쟁은 미국에 유리하게 흘러가고 있다. 미국의 대중(對中) 수출보다 중국의 대미(對美) 수출 규모가 압도적으로 큰 탓에 중국은 추가 보복관세를 위한 ‘실탄’이 바닥난 상황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또다시 관세폭탄 카드를 꺼내든다면 중국으로서는 대응할 방법이 사실상 없어 보인다. 미·중 갈등 여파에 따른 중국 내 물가상승 압력도 높아지고 있다.

중국 상무부는 지난 3일 600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수입품에 5∼25% 관세를 매기겠다는 방침을 발표하면서 미국산 콘돔을 부과대상 목록에 포함시켰다. 지난해 중국이 수입한 미국산 콘돔 액수는 1만3939달러에 불과하다. 보복관세 효과가 미미한 상품이 목록에 들어간 것이다. 반면 같은 해 미국이 수입한 중국산 콘돔은 무려 14억6000만 달러어치에 달한다. 만약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산 콘돔에 관세를 매긴다면 손해를 보는 쪽은 중국이다. 중국이 같은 금액으로 맞대응하기 급급해 보복 효과가 없는 품목까지 마구잡이로 넣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미 상무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의 대중 수출은 1304억 달러인 반면, 중국의 대미 수출은 5056억 달러로 네 배 가까이 많았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9일자 분석기사에서 “중국이 자국산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협박에 대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무역전쟁 여파로 국내 물가가 들썩이는 것도 중국 지도부로서는 골칫거리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지난달 중국의 생산자물가지수(PPI)와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각각 4.6%, 2.1% 상승했다. 특히 중국이 지난달 초부터 미국산 대두에 25% 관세를 매기면서 식료품 가격이 올라갈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하지만 미국 경제 역시 내상을 입기는 마찬가지다. 가격경쟁력 확보를 위해 중국 업체에 생산을 위탁하던 미국 업체들이 관세 인상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미·중 무역갈등으로 미국인의 경제적 고통이 가중될 경우 11월 중간선거 결과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월스트릿저널(WSJ)에 따르면 노스캐롤라이나주의 전기자전거 스타트업 업체 ‘M2S 바이크’는 미 전역에 대리점 100곳을 마련하려던 계획을 미·중 무역전쟁 발발 직후 철회했다. 이 업체는 자체 설계한 자전거를 중국에서 위탁생산해 왔는데,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부과로 원가가 425달러 상승됐기 때문이다. 이 업체는 손해를 입지 않으면서 대리점주도 납득할 만한 도매가 책정에 고심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무역 문제가 두렵다”면서 “사람들이 위축되고 관세가 올라간다면 글로벌 경제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무역에는 큰 이점이 있다”고 말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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