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뚜껑 연 女농구 단일팀, 손발 잘 맞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여자 농구에 출전하는 남북 단일팀의 북한 선수 노숙영(오른쪽)이 지난 2일 충북 진천 국가대표선수촌에서 남한 임영희(가운데)와 함께 훈련을 하고 있다. 진천=사진공동취재단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나서는 여자 농구 남북 단일팀이 지난 6일 비공개로 치른 첫 연습경기에서 35점차 대승을 거뒀다. 지난 1일 진천 국가대표선수촌에서 합동훈련을 시작한지 5일 만의 일이어서 단일팀 조직력에 대한 우려를 다소간 씻었다는 평이다.

이날 단일팀은 경기도 용인 삼성생명 휴먼센터에서 여자프로농구(WKBL) 소속 용인 삼성생명에게 82대 47로 승리했다. 북한 노숙영(25·181㎝)이 선발로 나와 양 팀 통틀어 최다인 18점을 올렸다.

농구계 관계자에 따르면 이 경기는 단일팀의 요청으로 성사됐다. 경찰 등 보안 관계자들이 코트 안팎에서 삼엄한 경계를 섰다는 후문이다.

단일팀 최대 목표는 조직력 강화다. 이문규 단일팀 감독은 이날 협동 수비와 패스에 의한 득점을 주문했다. 남한 박혜진과 임영희(이상 아산 우리은행), 북한 장미경(26·167㎝)이 각각 3개의 어시스트를 올렸다.

이 감독은 9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승패보다 손발을 맞추는 것을 목표로 했는데 수비 성공 후 나오는 공격이 잘 됐다”며 “노숙영은 골밑 공격에 능하지만 밖으로 나와 3점슛을 쏘는 능력도 갖췄다”며 흡족해 했다. 장미경에 대해선 “키가 작지만 빠르고, 상대 허점을 노린 공격과 패스, 리딩이 좋다. 기존에 우리가 갖지 못한 유형의 선수라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단일팀에 합류한 북한의 노숙영 장미경 김혜연(20·172㎝) 세 선수는 미국 브랜드인 나이키 로고를 뗀 유니폼을 입었다고 한다. 단 김혜연은 이날 연습경기를 뛰지는 않았다. 등번호가 없어 경기 기록원들은 얼굴로 북한 선수들을 구분해 기록지를 작성했다.

단일팀 결성 시 애로사항으로 거론된 양측의 소통 문제는 합동훈련을 통해 빠르게 해결해나가고 있다. 이날 경기 때 “스크린”이라는 외침이 나오자 북한 선수가 재빨리 상대 수비를 몸으로 막아 공을 가진 남한 선수의 진로를 터줬다.

이 감독은 “처음엔 용어가 달라 북한 선수들이 어리둥절해 했지만 지금은 눈치껏 알아듣고 있다”며 “용어를 북한식으로 풀어 설명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날 경기를 지켜본 농구계 관계자는 “남북 가드들이 합심해 끈질기게 전방 압박 수비를 펼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며 “쉴 새 없이 뛰어다니며 패스를 통한 조직적 공격을 선보였다”고 언급했다. 그는 “노숙영은 소문 대로 탁월한 득점력이 돋보였다”고 말했다. 단일팀은 오는 15일 홈팀 인도네시아와 아시안게임 예선 1차전을 치른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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