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과함께2’ 대박-‘공작’ 호조-‘인랑’ 참사… 3파전 명암

극장가 최대 성수기인 여름 시즌에 한 주 간격으로 관객을 만난 한국영화 세 편. 앞쪽 사진부터 뼈아픈 흥행 실패를 맛본 ‘인랑’, 거침없는 흥행세로 1000만 관객 돌파를 눈앞에 둔 ‘신과함께-인과 연’, 호평에 힘입어 관객 수를 늘려 나가고 있는 ‘공작’. 각 영화사 제공






무더위가 한풀 꺾이면서 극장가 여름방학 시즌 경쟁도 어느덧 막바지로 접어들고 있다. 최대 성수기를 맞아 출격한 배급사별 ‘텐트폴 무비’(한 해 라인업 가운데 가장 성공 확률이 높은 영화)들의 명암이 각기 갈렸다. 첫 주자로 나선 ‘인랑’(감독 김지운)은 예상보다 저조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신과함께-인과 연’(김용화)이 고공행진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공작’(윤종빈)이 대항마로 떠올랐다. 이들 한국영화 세 편의 중간 스코어를 짚어봤다.

충격의 흥행 참패 ‘인랑’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부진이다. 강동원 한효주 정우성 같은 톱스타들이 총동원됐고, 애니메이션계의 명작이라 칭송받는 원작이 있었으며, 190억원에 달하는 순제작비가 투입된 데다, 장르영화의 대가 김지운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작품. 모든 걸 갖춘 듯했던 ‘인랑’의 흥행 참패는 이변을 넘어 충격으로까지 받아들여지고 있다.

2029년 통일을 앞둔 한반도로 설정된 배경은 흥미를 자아냈다. 그러나 SF라는 장르적 특성을 감안하고도 도무지 한국적 상황에 맞물리지 않는 설정들이 등장하면서 영화는 삐거덕거리기 시작했다. 특히 경찰 특기대 에이스 임중경(강동원)과 반통일단체 섹트 일원 이윤희(한효주)의 빈약한 멜로 라인이 설득력을 얻지 못했다.

대진운부터 좋지 않았다. 할리우드 인기 시리즈 ‘미션 임파서블: 폴아웃’과 같은 날(7월 25일) 개봉해 초반부터 열세를 보였다. 작품 자체에 대한 부정적 비평과 더불어 출연배우들에 대한 악의적 비난이 쏟아지면서 좀처럼 스코어를 회복하지 못했다. 결국 손익분기점(600만명)은커녕 100만명에도 못 미치는 관객 수(약 89만명)로 주저앉고 말았다.

역대급 관객몰이 ‘신과함께-인과 연’

‘신과함께-인과 연’은 개봉과 동시에 박스오피스를 장악했다. 역대 최고 오프닝 스코어(124만6332명), 일일 최다 관객 수(4일·146만6416명) 등의 기록을 다시 썼다. 그야말로 폭발적인 관객 동원력이다. 지난 1일 개봉해 9일 만에 800만 관객을 들였다. 역대 박스오피스 1위 ‘명량’(누적 관객 수 1761만명)보다 하루 빠른 속도다.

어느 정도 예견된 흥행이었다. 신드롬에 가까운 인기를 얻은 1편 ‘신과함께-죄와 벌’(1441만명)의 영향으로 일찌감치 높은 화제성을 자랑했다. 1편에서 세계관을 구축하고 2편에서 본격적인 스토리를 펼쳐낸 구성도 주효했다. 1, 2편을 통틀어서 하나의 거대한 이야기가 완결된다는 점에서 관객의 발길을 끌어당겼다. 신파적인 내용으로 지적을 받은 1편과 달리, 저승 삼차사(하정우 주지훈 김향기)의 1000년에 걸친 인연을 담백하게 풀어내 호평을 얻었다. 촘촘해진 드라마에 ‘용서와 구원’이라는 주제 의식까지 담으며 깊이를 더했다. 성주신 역의 마동석이 합류하면서 웃음 포인트는 더 늘어났다. 1편에서 입증된 시각특수효과(VFX)는 이번에도 합격점을 받았다.

야심 찬 막판 기대작 ‘공작’

세 편 가운데 가장 마지막으로 공개된 ‘공작’은 막판 뒤집기를 노리고 있다. 개봉 첫날인 8일 관객 33만명을 동원하며 ‘신과함께-인과 연’(39만명)을 근소한 차로 뒤쫓았다. 주목할 것은 실 관객 비율을 나타내는 좌석 판매율. ‘신과함께-인과 연’(31.4%)의 절반에 못 미치는 좌석 수로 두 배에 가까운 좌석 판매율(56.5%)을 기록했다.

잇따르는 호평이 흥행 전망을 밝힌다. 1990년대 ‘흑금성’이라는 암호명으로 활동한 북파 공작원 박채서씨의 실화를 다룬 영화는 역사에 대한 진지한 통찰을 바탕으로 영화적 재미까지 곁들여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시종 밀도 높은 심리전이 이어지는데, 액션 하나 없이도 첩보영화로서의 쫄깃한 서스펜스를 유지한다.

정체를 들킬 듯 말 듯한 상황이 반복되면서 자칫 늘어질 뻔한 지점에선 감독의 연출력이 발휘된다. 극의 흐름을 적절히 조이고 풀어가며 리듬감을 가미한다. 1등 공신은 황정민 이성민 등 배우들이다. 정확한 톤과 타이밍의 대사로 묵직한 긴장감을 만들어낸다. 최근의 남북 상황과 맞닿아 있는 엔딩의 의미 또한 뭉클하게 다가온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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