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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속 캠핑이요? 더워서…” 파리 날리는 한강 캠핑장



‘도심 속 피서지’로 불리는 한강 여름캠핑장이 폭염으로 강제 비수기를 맞았다. 밤사이 기온이 25도 아래로 떨어지지 않는 열대야가 계속되면서 시민들의 발길이 뜸해진 탓이다.

서울시는 2013년부터 한강 여름캠핑장을 운영하고 있다. 1만∼2만원대 입장료로 도심에서 캠핑 기분을 느낄 수 있어 해마다 예매 경쟁이 치열하다. 8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7월 7일부터 8월 20일까지 여의도 둔치에 설치한 캠핑장 텐트 200개의 예약률은 45.3%였다. 뚝섬(130개)은 59%를 기록했다. 특히 금·토요일은 대부분 90% 이상 예약됐다. 여의도와 뚝섬에서 각각 세 차례 모든 텐트가 매진되기도 했다.

그런데 올해는 상황이 달라졌다. 서울시는 지난달 13일부터 오는 26일까지 여의도에 150개, 뚝섬에 130개 텐트를 설치해 운영 중이다. 지난 2일까지 집계된 여의도 캠핑장 예약률은 29.9%, 뚝섬은 35.2%로 눈에 띄게 낮아졌다. 같은 기간 이용객도 지난해 6388명에서 3176명으로 반 이상 줄었다. 예약 경쟁은커녕 주말에도 자리가 남는다. 7월 마지막 주 금요일 여의도 캠핑장 텐트는 55개밖에 차지 않았다. 최고기온이 39도까지 치솟은 기록적인 폭염과 밤에도 식지 않는 열기가 도심 캠핑을 기피하게 만든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날이 더워 한강캠핑장 표를 양도한다는 글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지난 4일 뚝섬 캠핑장을 예약했던 A씨는 “세 가족이 가기로 했는데 아이들이 어려서 이 더위에는 무리일 것 같다”며 예약일 3일 전 표를 내놨다. 2년 연속 여의도 캠핑장을 찾았던 김모(26)씨도 “원래 잠은 자지 않고 분위기만 즐기다 돌아오는데 올해는 더워서 그것도 포기했다”고 했다. 2주 전 친구들과 여의도 캠핑장에서 하루를 보낸 유모(25·여)씨는 “각자 선풍기를 하나씩 끼고 잤다”며 “평일이긴 했지만 주위에 4, 5팀밖에 보이지 않았다”고 전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서울은 이날까지 18일째 열대야가 이어지고 있다. 광주와 대전은 19일, 여수는 21일째를 기록 중이다. 부산은 지난 7일까지 21일간 열대야가 계속돼 역대 최장이던 1994년 여름의 열대야 일수(7월 27일∼8월 16일)와 같은 기록을 세웠다.

무더위는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기상청 관계자는 “말복(16일)이 있는 다음 주까지도 낮 최고기온이 35도를 웃돌고 밤에도 25∼26도 아래로 기온이 내려가지 않는 더위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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