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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호 북 외무상, 트럼프 보란 듯… 이란 제재 첫날 이란 방문

사진=AP뉴시스


이용호(사진) 북한 외무상이 미국의 이란 제재가 재개됐던 7일(현지시간) 전격적으로 이란을 방문한 것에 대해 국제사회의 관심이 집중됐다. 정치적으로 미묘한 시점에 공개 회동을 가졌기 때문이다.

두 나라는 과거 미국으로부터 ‘악의 축(Axis of evil)’ ‘불량국가’로 지목됐었다. 하지만 지금은 처지가 다르다. 두 나라 모두 미국의 강도 높은 제재에 시달리고 있지만 북·미 정상회담 이후 입장이 바뀌었다. 북한은 미국과 비핵화 협상을 이어가는 반면 이란은 결사항전을 외치며 미국과의 대화를 거부하는 상황이다.

이 외무상은 7일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외무장관, 8일 하산 로하니 대통령과 알리 라리자니 의회의장을 만난 뒤 귀국했다. 북한이 이 외상의 방문을 통해 향후 비핵화 협상에서 미국에 끌려다니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려 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또 북한이 제재 재개로 당황하고 있는 이란 지도부에 북·미 비핵화 협상 과정에서 파악한 미국의 전략과 정보를 전달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실제로 로하니 대통령은 이 외무상을 만난 자리에서 북한과 이란의 ‘반미 공조’를 각별히 강조했다. IRNA통신에 따르면 로하니 대통령은 미국의 이란 핵합의 탈퇴를 비난하며 “미국 행정부의 최근 행동들을 보면 그들이 결코 믿을 수 없는 자들임을 알 수 있을 것”이라며 “미국은 그 어떤 약속도 지킨 적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북한이 교착 상태에 빠진 북·미 관계를 타개하기 위해 미국의 적인 이란을 지렛대로 활용하려고 시도할 경우 미국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존 볼턴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 6일 CNN 방송에서 “이란과 북한이 핵무기 운반 시스템인 탄도미사일 분야에서 협력했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반면 이 외무상 방문에 큰 정치적 의미를 두지 않는 견해도 제기된다. 지난 3∼4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에 참석했던 이 외무상이 당초 예정대로 이란을 찾은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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