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 잠수함 박종훈 공의 비밀, “타이어 메고 훈련하다보니…”



“(공의 위력을 키우기 위해) 무거운 타이어를 메고 훈련하다 보니 점점 힘들어져서 (팔이) 내려가기도 했고….” 최근 2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 달성에 성공한 SK 와이번스의 ‘잠수함’ 박종훈(27·사진)은 독특한 투구폼의 유래를 학창시절의 훈련으로 설명했다. 마치 손등으로 마운드를 쓸어내듯 공을 뿌리는 그는 한국프로야구(KBO) 리그에서 릴리즈포인트가 가장 낮은 언더핸드 투수다. 타자들은 땅에서 공이 솟아오르는 느낌이라고 말한다.

박종훈은 8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투구할 때 손등에 마운드의 흙이 묻는 경험도 여러 번이었다”고 말했다. 타자들이 애를 먹는 투구폼이지만 그는 “어렸을 때 투수코치가 없었기 때문이다. 정석적인 폼은 아니다”며 겸손해 했다. 그러면서도 “남다르게 던지고 싶어 형성된 폼”이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중학교 2학년 때까지 오버핸드로 공을 던지던 그는 스스로의 판단으로 잠수함 투수로의 변신을 선택했다. 박종훈은 “남들과 폼이 다르다 보니 스파이크도 빨리 닳는다”고 말했다. 다른 투수들이 발의 앞부분으로 체중을 버티며 투구를 시작한다면, 박종훈은 발뒤꿈치와 옆면을 다 이용한다. 그 결과 축족인 오른발에 신는 스파이크는 지금도 왼발의 것보다 훨씬 빨리 닳아 버린다고 한다.

지금은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가 됐지만, 그는 한때 언더핸드를 포기할까 고민했다. 박종훈은 “아예 야수를 해볼까 하는 생각마저 있었다”고 말했다. 구위는 싱싱했지만 원하는 곳으로 공을 던져 넣는 데 애를 먹었던 탓이다. 프로에 입문해서도 박종훈은 볼넷과 사구(死球)가 많은 선수라는 평가가 따라다녔다.

박종훈은 멘털 훈련을 통해 이를 극복했다. 불안감보다는 자신감으로 마운드에 서자 공이 원하는 방향으로 날아갔다. 2016년 5.85개였던 9이닝당 볼넷은 지난해 3.63개로 안정됐고, 올 시즌엔 2.91개로 더욱 좋아졌다. 반대로 9이닝당 탈삼진은 지난해 6.36개에서 올 시즌 7.16개로 늘었다. 야구팬들은 그를 ‘SK 왕조’ 시절 뒷문을 책임지던 정대현과 비교하기 시작했다. “과거 태평양 돌핀스의 박정현 생각이 난다”는 올드팬들도 많아졌다.

포크볼, 체인지업 등 다양한 구종 속에서도 박종훈이 가장 자신 있게 던지는 공은 커브다. 회전축과 릴리즈포인트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박종훈의 커브는 타자 앞에서 가라앉는 게 아니라 반대로 떠오르는 느낌을 준다. 박종훈은 “궤적과 변화하는 위치가 다른 게 강점이다. 자주 던지려 한다”고 말했다.

지난 6월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최종 승선한 것은 그에게 또 한 차례 도약할 계기가 됐다. 최정예가 출전한다고는 보기 어려운 야구월드컵을 제외하면, 그가 국가를 대표하는 건 사실상 처음이다. 박종훈은 “처음 대표팀에 뽑혔을 때에는 ‘이 성적으론 부끄럽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이후 박종훈은 1.93의 후반기 평균자책점을 기록 중이다. 박종훈은 “어떤 보직을 맡든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최원태(넥센 히어로즈)에 이어 토종 선발 다승 2위를 달리는 박종훈은 구체적인 시즌 목표를 제시하지 않았다. 다만 그는 “지난해보다 모든 지표의 수치가 향상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궁극적으로는 팀 승리를 위한 것이다. 박종훈은 “올 시즌 내가 던질 경기가 10경기도 남지 않았는데, 그 경기에 한해서는 SK가 지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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