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과함께2’ 흥행 돌풍… 진짜보다 더 리얼한 VFX의 힘

영화 ‘신과함께-인과 연’의 촬영 모습(아래 사진)과 VFX를 거쳐 완성된 극 중 장면. 주지훈 김동욱 하정우 김향기(왼쪽부터) 등 배우들은 그린매트 위에서 연기를 했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신과함께-인과 연’에는 공룡이 등장한다. 극 중 저승 재판을 받게 된 새로운 귀인 수홍(김동욱)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을 떠올리는 장면에서다. 랩터 티라노사우루스 모사사우루스까지. 할리우드 시리즈 ‘쥬라기공원’에서나 보던 공룡들이 우르르 나와 스크린을 헤집는다. 더 놀라운 건, 원작과 비교해 그 만듦새가 이질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전개상으로는 불필요한 장면이었다. 그럼에도 굳이 이런 연출을 한 이유는 영화적 재미를 더하고 싶었기 때문이라는 게 김용화 감독의 변이다. 관객을 위한 ‘위트’였다는 얘기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우리가 못해서 안 하는 게 아니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우리 컴퓨터그래픽(CG) 기술에 대한 자신감의 표현이기도 했다.

지난 1일 개봉한 ‘신과함께-인과 연’은 예상대로 흥행 돌풍을 일으켰다. 불과 일주일 새 700만명이 넘는 관객을 끌어모았다. 사상 최단 흥행 속도다. 이 같은 추세라면 역대 박스오피스 2위에 올라 있는 시리즈의 1편 ‘신과함께-죄와 벌’(누적 관객 수 1441만명)을 넘어 1위 ‘명량’(1761만명)의 기록까지 넘볼 수 있을 거란 관측이 나온다.

1, 2편을 합친 순제작비 350억원. 장대한 세계관을 바탕으로 한 판타지 블록버스터. 시작부터 도전이었던 이 프로젝트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전체 분량의 90%를 차지하는 시각특수효과(VFX·Visual Effects)가 얼마나 완성도 높게 구현되느냐가 관건이었다. 다시 말해 ‘신과함께’ 시리즈 인기의 근간에는 VFX가 자리하고 있는 셈이다.

1편 개봉 당시 대다수 관객을 매료시킨 건 거대한 스케일을 자랑하는 지옥세계였다. 중심 배경이었던 7개의 지옥은 물 불 철 얼음 모래 등의 물성을 활용해 환상적으로 디자인됐다. 배우들을 디지털 캐릭터화해 다이내믹하게 움직이는 액션신을 구현하기도 했다. 2편에서는 공룡이나 늑대, 호랑이 같은 고난도 크리처(컴퓨터 그래픽으로 구현한 생명체)를 추가했다. 촬영에 임한 배우들은 대부분의 분량을 그린매트 위에서 상상에 의존해 연기했다.

최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김 감독은 “VFX 팀이 엄청난 일을 해냈다”면서 “약 2100개에 이르는 VFX 샷을 불과 5개월여 만에 완성시켰다. 가장 어려운 S부터 A-B-C 난이도가 있는데, S와 A급에 해당하는 장면이 상당히 많았다. 시간이 무한대로 주어졌다면 완성도를 더 높일 수 있었겠지만 시간 대비 만족한다”고 말했다.

‘신과함께’ 시리즈의 VFX는 아시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한 덱스터스튜디오가 맡았다. 김 감독 본인이 대표로 있는 VFX 및 콘텐츠 전문기업이다. 2012년 영화 ‘미스터 고’ 제작 당시 VFX에 대한 갈증을 느꼈던 김 감독은 자비를 털어 이 회사를 설립하고 기술 개발에 매달렸다. 지금은 본사 350명, 중국 지사 90∼100명 규모로 성장했다.

김 감독은 “현재 국내 VFX 기술은 90∼95점 정도”라고 평가했다. 그는 “나머지도 충분히 극복 가능하다. 단지 인력과 비용의 싸움일 뿐”이라며 “할리우드의 경우 인력이 대거 투입돼 1인당 한 달에 두 샷씩 그리는 경우도 있다. 그런 차이가 완성도의 차이로 이어지는 것이다. 기술면에서는 사실상 비슷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신과함께’는 한국형 프랜차이즈 시리즈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3, 4편 제작을 추가 계획한 건 이런 기회를 이어가자는 의지에서다. 김 감독은 “한국에서 프랜차이즈 영화가 나오는 건 하늘의 별 따기”라며 “그런 엄청난 기회가 내게 주어졌는데 외면하는 것은 직무유기 아니겠나”라고 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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