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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강진 덮친 印尼 롬복 ‘통곡의 섬’… 140여명 숨져

인도네시아 롬복섬 북부 지역에서 이재민이 6일 지진으로 완전히 무너진 가옥에서 가재도구를 챙기고 있다. 현지 당국에 따르면 롬복섬 북부 지역 건물 중 약 80%가 손상을 입은 것으로 파악됐다. AP뉴시스


인도네시아 발리섬 주민들이 6일 야외에 마련된 임시 진료소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이들은 인근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던 환자들로, 전날 롬복섬 북부 지역에서 지진이 발생한 직후 병원 건물 바깥으로 옮겨졌다. AP뉴시스




인도네시아 휴양지 롬복섬에서 지난 5일(이하 현지시간) 발생한 규모 6.9의 강진으로 140여명이 숨지고 200명 이상이 중상을 입은 것으로 6일 전해졌다. 사망자와 부상자는 대부분 인도네시아 현지인이며 외국인 관광객은 사망자 없이 부상자만 소수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사상자가 가장 많이 나온 곳은 진앙과 가까운 롬복섬 북부 지역이다. 이곳에서만 70여명이 숨지고 60여명이 다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진앙에서 50여㎞ 떨어진 롬복섬의 중심 도시 마타람에 피해가 집중됐다. 마타람 시내 일부 지역에서는 정전이 발생해 부상자들이 병원 밖에서 치료를 받아야 했다. 롬복섬 북부 지역의 한 마을에서는 이슬람 사원이 무너져 예배 중이던 주민들이 매몰되기도 했다. 또 롬복섬에서 5㎞쯤 떨어진 길리 메노섬에서 1명이 숨졌고, 100㎞ 가까이 떨어진 발리섬에서도 사망자 2명이 나왔다. 구조작업이 진행되면서 사상자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사상자 대부분은 무너지는 건물에 깔리거나 벽돌 등 높은 곳에서 떨어진 물체에 맞아 발생했다. 지진으로 건물 1만3000여채가 붕괴돼 2만여명이 대피했지만 일부 지역은 도로와 다리가 파괴돼 고립된 상태다. 첫 지진 이후에도 규모 4.3∼5.4의 여진을 비롯해 130여 차례 여진이 계속됐다. 인도네시아 재난당국은 지진 직후 쓰나미 경보도 발령했지만 파도 높이가 15㎝에 불과한 것으로 밝혀져 약 1시간40분 만에 해제했다. 그 사이 주민들은 한밤중에 집을 떠나 고지대에서 공포에 떨어야 했다. 롬복섬 북부 바얀에 거주하던 38세 산모는 대피소에서 의료진의 도움을 받아 무사히 남자아이를 출산했다.

롬복섬에는 세계적인 휴양지답게 수많은 관광객이 머물고 있었으며, 이 가운데는 카시비스완탄 샨무감 싱가포르 내무·법무장관과 피터 더튼 호주 내무장관 등 해외 관료들과 그 가족도 포함돼 있었다. 이들은 자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지진 당시 다급한 상황을 전하기도 했다. 역시 가족과 휴가를 온 미국 유명 모델 크리시 티건은 트위터에 “마치 죽마(竹馬)에 올라탄 것처럼 땅이 흔들린다”고 남겼다.

지진에 놀란 관광객들은 일정을 앞당겨 귀국하기 위해 롬복 프라야 국제공항과 발리 응우라라이 국제공항으로 몰려들었다. 지진이 밤늦게 발생한 탓에 샤워 가운 차림으로 대피한 사람들도 있었다. 공항은 벽에 금이 가고 유리창이 일부 깨졌을 뿐 활주로 등 핵심 시설은 피해를 입지 않아 정상 운영 중이다. 하지만 항공편이 턱없이 부족해 관광객 다수가 공항에서 발이 묶인 것으로 전해졌다.

tvN 예능 프로그램인 ‘윤식당’ 촬영지로 잘 알려진 길리 트라왕안섬에도 대피 행렬이 이어졌다. 외국인 관광객과 현지인 등 1200여명이 섬을 빠져나가기 위해 해변으로 몰려들었으나 선박이 부족해 대피작업은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이들 중에는 한국인 관광객 80여명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한국인 남자 관광객 1명이 선박을 타는 과정에서 인파에 떠밀려 다리에 부상을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롬복섬에서는 일주일 전인 지난달 29일에도 규모 6.4의 지진이 발생해 17명의 사망자와 수백명의 부상자가 나왔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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