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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곤의 무소신과 청와대의 무능력이 낳은 백년대계 뒤죽박죽



대통령직속 국가교육회의가 현재 중학교 3학년에게 적용되는 2022학년도 대입 개편 권고안을 7일 발표한다. 하지만 권고안의 토대가 된 공론화 작업이 사실상 실패하자 입시 제도를 둘러싼 갈등이 증폭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보신주의와 청와대 교육 파트의 비전문성이 결합해 터진 참사라는 게 교육부 안팎에서 나오는 분석이다.

당초 김 부총리가 논란의 시발점이었다. 감당도 못할 대학수학능력시험 전 과목 절대평가를 들고나와서 결국 사달을 냈다. 현재 논의 중인 대입 개편안은 2015년 9월 나온 2015 개정교육과정의 후속 조치로 만들어졌다. 국가 교육의 설계도인 교육과정을 바꿨으니 입시 제도도 손을 봐야 했다. 교육부는 이듬해인 2016년 3월 새 대입 개편안 준비에 본격 착수했다.

지난해 상반기 새 대입 개편안 완성단계에서 수능 전 과목 절대평가를 내건 문재인정부가 5월 들어섰다. 문재인 대선캠프에서 교육 공약을 만들었다는 김 부총리가 7월 교육 수장으로 부임했다. 교육부는 수능 절대평가 내용을 급하게 덧씌워 새 대입 개편안을 내놨다. 하지만 날림으로 만든 개편안은 큰 비판을 받았다. 김 부총리는 8월 31일 대입 개편을 1년 미뤘다.

여기까지는 나쁘지 않았다. “신중하게 대입 제도를 다룬다”는 평가도 존재했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김 부총리는 개편안 연기를 발표하면서 즉각 광범위한 여론수렴 작업에 착수하겠다고 공언했지만 말뿐이었다. 첫 의견 수렴을 위한 대입 포럼이 열린 건 12월 12일이었다. 무려 넉 달을 허비했다. 첫 포럼은 대략적인 방향을 정하는 자리였다. 실질적인 논의가 진행된 시점은 2018년 1월 24일 2차 포럼부터였다.

황금 같은 시간에 교육부에선 김 부총리 측근 그룹과 교육 관료 사이 세력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경기교육감 시절 김 부총리를 보좌한 이른바 ‘실세’들이 비서실과 대변인실을 중심으로 조직 곳곳을 장악하면서 파열음을 냈다. 여기에 대규모 조직개편과 인사이동이 예고되면서 대입 개편 업무가 공중에 떴다. 국정 역사교과서 진상조사로 조직 사기도 바닥을 쳤다.

김 부총리의 무(無)소신도 한몫했다. 김 부총리는 일찌감치 절대평가 추진을 접은 듯했다. 그러고도 책임론을 우려해 공식화하진 않는 모습이다. 이런 점은 지난 4월 국가교육회의에 모든 결정을 떠넘기는 ‘이송안’을 발표할 때 드러났다. 당시 김 부총리는 “부총리 취임 후에 절대평가를 주장하지 않았다”고 말했다가, 실무자가 “부총리 취임 이후에도 절대평가를 주장했다”고 발언을 수정하는 촌극을 빚었다. 김 부총리가 절대평가에서 얼마나 발을 빼고 싶은지 보여준 일화였다.

외풍을 막아주지도 못했다. 교육부 관료들의 분석을 종합하면 청와대는 정시 확대, 수능 상대평가 기조였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말 ‘단순’과 ‘공정’이란 대입 키워드를 제시한 뒤 이런 흐름이 강화됐다는 관측, 지방선거용이란 분석도 나왔다. 그러나 정시가 큰 폭으로 확대되면 문 대통령의 교육 공약인 고교학점제는 실현 가능성이 희박해진다. 과정 중심 평가나 학생 참여형 수업 같은 교실 혁명도 힘들어진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문재인정부 교육 공약을 설계했다는 김 부총리라면 이런 모순적인 상황에서 직을 걸고 대통령을 설득했어야 했다”며 “다들 자리 보전에만 급급하니 하청-재하청 구조로 책임 떠넘기기만 횡행하게 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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