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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글속 세상] 콘크리트에 뿌리 내린 한 떨기 푸른 생명 발길을 붙잡다

지난달 24일 서울 영등포구 한 아파트 계단에 이름 모를 잡초가 피어 있다. 그 위로 햇빛에 비친 철제 난간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셀 수 없이 지나쳤던 똑같은 풍경 속에서 새롭게 발견한 푸른 생명이 반복되는 일상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서울 서대문구 보행로에 핀 잡초와 도로의 구분을 위해 설치된 안전바가 조화를 이루고 있다.
 
지난달 5일 서울 광화문광장 가로수의 뿌리를 보호하기 위한 철제 조형물에 토끼풀이 자라고 있다. 서울 세종대로 보행로에 설치된 빗물받이 사이로 잡초가 자라고 있다. 경기도 부천 내동 도로변에 핀 잡초와 차량 바리케이드. 서울 구로구 보행로에 벽돌과 이끼가 조화를 이루고 있다(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서울 세종로공원에 설치된 나무담장 사이로 자란 잡초가 하나의 액자를 보는 것만 같다.




커튼 사이로 들어오는 햇살에 잠을 깬다. 시멘트 위에 하얀 페인트로 덧입혀진 아파트 복도를 지나 출근길을 나선다. 정해진 시간, 단정한 복장의 직장인들과 함께 버스를 타고 회사로 향한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다시 버스를 탄다. 첩첩이 쌓인 답답한 차량 행렬을 바라보며 집으로 향한다. 식사를 하고 아내와 담소를 나눈다. 내일을 위해 뉴스를 청취하고 피곤한 몸을 누인다. 내일도 그다음 날도 반복된다. 날마다 순환 반복되는 평상시의 생활, 일상이다.

일상의 풍경은 정지된 화상과 같다. 늘 그 자리에 똑같이 존재한다. 처음 맞이했던 일상의 기억은 새로움으로 가득 차 있었다. 불과 일주일, 새로움은 여느 날과 다를 것 없는 하루가 되었다. 정지된 풍경 속에 흐르는 시간은 새로움을 일상으로 바꿔 놓았다. 호기심과 기대감은 사라지고 무뚝뚝한 가슴이 시키는 무표정만이 내 공간을 차지한다. 반복되는 일상의 지겨움을 가만히 들여다본다. 무심코 흘려보낸 나의 공간 속에서 의미 없이 보낸 수많은 시간이다. 늘 존재했지만 존재하지 않았던 ‘다름’을 찾는다. 바로 풍경이다.

무심코 지나치는 일상 속 풍경은 같은 사물, 같은 공간일지라도 관점에 따라 그 모습은 다르다. 고개 숙인 내 일상 속에 변화를 준다. 발길이 머무는 곳, 그 모든 곳이 하나의 화분이다. 출근을 위해 이용하는 계단에 핀 이름 모를 잡초에 하얀 꽃이 피었다. 철제 난간의 그림자가 꽃과 조화를 이룬다. 도로변에 핀 잡초와 조화를 이룬 차량 바리케이드, 동그라미 네모 미로 같은 형태 속에서 자란 토끼풀과 이끼, 우리가 편히 다닐 수 있게 만든 보도의 벽돌 틈 사이로 노란 꽃을 피운 야생화…. 도심 속 작은 화분에 숨 쉬는 생명을 찾는 재미가 있다.

도심 속 화분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본 일상은 똑같은 반복에서 새로움을 찾는 노력이다. 다를 것 없는 하루에 새로움을 찾는 것은 일상에 갇힌 현대인에게 소소한 행복이 되어줄 수 있다. 우리가 사는 오늘은 비슷하지만 동일하지 않은, 어제와 다른 오늘이다.

사진·글=윤성호 기자 cybercoc@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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