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최고냐… 답 안 나오는 ‘GOAT 논쟁’



“나는 마이클 조던을 좋아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4일(한국시간) 트위터 공간에서 미국프로농구(NBA)의 르브론 제임스를 깎아내리기 위해 택한 방법 중 하나는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Greatest Of All Time·GOAT)’ 논쟁이었다. 각각 자신의 시대를 평정한 농구선수인 조던과 제임스가 한 코트에 서면 누가 더 뛰어날 것인지, 농구팬들은 끝없이 논쟁해 왔다.

대통령까지 은근히 한마디 거들 정도로, GOAT 논쟁은 스포츠의 전 종목에서 활발하게 펼쳐지고 있다. 토론은 때로 “웨인 그레츠키(전설적인 아이스하키 선수)와 조던 중 누가 더 위대한가” 하는 식으로 종목의 경계마저 초월해 벌어진다.

2018 러시아월드컵이 치러진 올해엔 축구에서 GOAT 논쟁이 활발했다. 리오넬 메시는 월드컵 개막 전 스폰서인 아디다스와 광고를 찍으며 염소(goat)와 함께 등장했다. 메시가 역대 최고의 축구선수라는 중의적인 표현이었다.

메시의 맞수인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가만히 있지 않았다. 그는 월드컵 무대에서 골을 넣은 뒤 턱수염을 쓰다듬는 세리머니를 펼쳤다. 짧은 턱수염이 특징인 염소를 흉내낸 것이고, 결국 메시가 아닌 자신이 최고임을 강조한 의미라는 해석이 많았다.

서양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 중 하나로 꼽히는 테니스에서도 GOAT 논쟁이 있다. 테니스계에서는 롱런하는 ‘황제’ 로저 페더러와 ‘흙신’ 라파엘 나달을 둘러싸고 최고의 선수 논쟁이 벌어진다. 수치상으로는 20회의 그랜드슬램 우승에 빛나는 페더러가 17회 우승의 나달보다 우위에 있다. 하지만 둘의 상대전적은 나달이 23승15패로 앞선다.

‘정석’ 폼은 아니지만 강력한 포핸드를 자랑하는 나달이야말로 테니스의 개념을 뒤흔든 선수라는 평가도 있다. 테니스의 전설로 불리는 존 매켄로는 최근 “수년 전 부상을 당하기 전 나달은 페더러보다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었다. 윔블던이나 US오픈에서 나달이 한 번 우승하면 상황이 달라진다”며 묘하게 나달의 손을 들어주는 듯한 인터뷰를 했다. 이 인터뷰가 테니스팬들의 논쟁을 촉발했음은 물론이다.

골프의 GOAT는 타이거 우즈와 잭 니클라우스의 대결이다. 복귀한 우즈는 여전히 ‘골프 황제’로 불린다. 다만 그는 메이저 대회 우승 경력이 14회로 니클라우스(18회)에 못 미친다. 전성기의 ‘임팩트’는 2000년 전후 우즈의 기세가 가장 무서웠지만, 선수생활 전반으로 보면 니클라우스가 더 꾸준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내에서는 야구, 그 중에서도 투수를 두고 GOAT 논쟁이 뜨겁다. 선동열 아시안게임 대표팀 감독과 최동원 전 한화 이글스 2군 감독 가운데 누가 최고의 공을 던졌는지 따지는 건 야구팬들의 영원한 화제다. “꼭 이겨야 할 경기라면 선동열을 내세우지만, 그때 상대 선발이 최동원이라면 알 수 없다”는 식으로 마무리될 뿐이다. 그라운드에서 차범근-박지성-손흥민의 영향력을 비교하려는 축구팬들의 시도도 계속된다.

GOAT 논쟁 자체가 무의미한 어불성설이라는 반박도 있다. ‘스카이 훅슛’으로 유명한 NBA의 전설적인 센터 카림 압둘 자바는 지난 1일 디 언디피티드와의 인터뷰에서 “GOAT 같은 건 없다”고 했다. 그는 “이는 ‘하늘을 나는 것과 투명인간이 되는 것 중 어떤 초능력을 원하느냐’ 하는 식의 토론”이라며 어차피 정답이 없다고 했다.

압둘 자바는 “우리는 서로 다른 감독, 팀 동료들과 함께 서로 다른 포지션에서 경기를 해 왔다. 규칙도 달라졌다”고 말했다. 무수한 환경적 변화를 일일이 고려해 최고를 따지는 일 자체가 애초 불가능하다는 얘기였다. 압둘 자바는 “이건 하이랜더(모든 결투에서 살아남은 최후의 불사신)가 아니다. 최고의 선수가 둘 이상일 수도 있다”고 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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