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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더웠던 밤과 아침, 서울 사상 첫 초열대야





서울에서 사상 처음으로 최저기온이 30도가 넘는 초열대야 현상이 나타났다. 전날 39.6도까지 치솟으며 뜨겁게 달궈진 공기가 밤새 식지 않으면서 서울은 기상 관측이 시작된 1907년 이후 111년 만에 가장 더운 아침을 맞았다. 야외 근로 업종이나 빈곤층 등 무더위에 취약한 계층을 위한 현실적인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기상청은 2일 오전 서울 최저기온이 30.3도를 기록, 초열대야 현상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서울 기준 관측 이래 가장 높았던 지난달 23일 최저기온(29.2도)보다 더 높다. 초열대야는 전날 저녁 오후 6시1분부터 당일 오전 9시까지 최저기온이 30도 이상인 현상이다. 서울의 열대야(야간 최저기온이 25도 이상인 경우)는 이날까지 12일째 이어졌다.

이날 서울의 낮 최고기온은 37.9도로 전날보다 1∼2도 떨어졌다. 전날 41도까지 올랐던 강원도 홍천은 38.8도를 기록했다. 경북 의성의 39.8도가 이날 공식적인 전국 최고기온이었다. 충남 금산(38.8도) 전북 정읍(38.4도) 등을 비롯한 총 11곳은 사상 최고기온을 경신했다. 경북 신녕과 강원도 횡성은 비공식적인 기록으로 각각 40.2도 40도까지 올랐다. 제주도 북부·동부·서부의 경우 이날까지 23일째 폭염 특보가 이어지면서 2년 만에 역대 폭염 특보 최장 기간 기록을 세웠다.

기상청 관계자는 “전날보다 구름 양이 많아 태양 노출이 줄어들면서 기온이 조금 내려갔지만 한국은 여전히 뜨거운 폭염 속에 갇혀 있다”고 설명했다.

폭염으로 인한 인명·가축 피해도 누적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지난 5월 20일부터 전날까지 전국에서 발생한 온열질환자는 2549명으로 집계됐다. 이 중 사망자가 30명이나 된다. 지난 1일에는 폭염에 따른 열탈진·열사병 등으로 소방 구급차가 출동한 경우가 63건에 달했다. 이와 함께 행정안전부는 1일 기준 폭염으로 가축 323만1000마리와 194.6㏊의 농작물이 피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무더위에 취약한 업종이나 계층을 위한 맞춤형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행정안전부는 이날 지자체가 발주하는 공사의 경우 계약기간을 연장하거나 낮 시간대 작업을 야간으로 변경하는 등 작업 스케줄을 유연하게 관리하라고 각 지자체에 통보했다.

그러나 김준태 건설노조 교육선전국장은 “해당 방안은 법적 강제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영세 민간 건설 현장에선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라며 “가이드라인을 법으로 강제하고 하루 벌어먹는 일용직 인부들이 일을 쉬었을 때 생계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도 기자회견을 열고 “가스검침원들은 업무 특성상 적절한 휴게 장소를 찾을 수 없고 수분 보충도 쉽지 않다”며 적절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빈곤층을 위한 에너지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제기됐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무더위에 잠 못 이루는데 전기 누진세가 무서워 에어컨을 못 켠다”며 “가장 열악한 빈곤층부터 우선적으로 전기세를 지원해주는 대책을 마련해 달라”는 내용의 글이 잇따랐다.

무더위는 이달 중순까지 계속된 후 기세가 꺾일 전망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당분간 더위를 식혀줄 비나 구름이 없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기상청은 3일 서울 최고기온은 38도에 달할 것으로 봤다. 다음 주에는 고기압이 남쪽으로 이동하면서 광주 대구 등의 최고기온이 37∼38도에 이를 전망이다.

안규영 김유나 권중혁 기자 ky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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