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정성심 코치 “빈말 하기 싫지만 우리 민족 힘 과시하고 싶습네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남북 단일팀으로 출전하는 여자농구 선수들이 2일 충북 진천 국가대표선수촌에서 이틀째 훈련을 수행했다. 몸싸움을 하다 넘어진 북측의 김혜연(왼쪽)과 남측의 강이슬이 웃고 있다. 진천=사진공동취재단


“경기 전에 빈말은 하기 싫지 말입니다. 우리 민족의 힘이 얼마나 센지 온 세계에 과시하고 싶습네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여자농구 남북 단일팀을 지도하는 북측 정성심 코치는 2일 충북 진천 국가대표선수촌에서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7500만 전체 인민들에게 기쁨을 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남북 단일팀은 전날에 이어 이날 오전 9시15분부터 서로 호흡을 맞췄다. 남측은 국가대표 훈련복, 북측은 자체 훈련복을 입고 경기를 진행했다. 이들은 지난달 평양에서 열린 통일통구대회에서 한 차례 경기를 치른 터라 조정·카누 단일팀과 달리 안면이 있다.

구면이긴 하지만 아직 한팀이라고 하긴 어렵다. 이날 훈련 역시 하나가 되는 데 중점을 뒀다. 북측 선수들은 다소 어색한 듯 굳은 표정이었지만 가끔 서로 대화를 주고받기도 했다. 지난해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컵에서 득점왕을 차지한 로숙영(25·181㎝)을 비롯한 북측 선수들과 남측 선수들이 패스를 주고받으며 골을 성공시킨 후 서로 하이파이브를 하는 모습도 보였다.

남북 단일팀을 이끌고 있는 이문규 감독 역시 선수들을 하나가 되도록 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열린 윌리엄 존스컵에 북한선수들이 참가하지 못해 조직력을 다질 시간이 없었다”며 “아시안게임까지 앞으로 열흘이 남아 시간이 부족하다. 하루 10시간씩 훈련 중이다”라고 설명했다. 이 감독은 “북측 선수들로 남측 선수들의 부족한 부분을 메우려 한다”며 “12명이 하는 농구를 하겠다”고 강조했다.

남북의 서로 다른 농구 용어 역시 변수지만 극복하고 있다. 이 감독은 “농구 용어가 다 영어라 북측이 간혹 이해를 못할 때가 있는데 그러면 바로 고쳐서 말한다”며 “한번은 북측 선수에게 ‘코너에 가 있어’라고 했는데 못 알아들어 ‘구석에 가 있어’라고 말해 다들 웃음이 터진 적이 있다”고 밝혔다.

미국여자프로농구(WNBA)에서 뛰고 있는 박지수(20·196㎝)가 대표팀 명단에 이름을 올리긴 했지만 높이는 여전히 불안요소다. 소속팀 리그 일정에 따라 박지수의 아시안게임 참가 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이 감독은 “아무리 잘해도 혼자 농구할 수 없다. 같이 하는 농구를 해야 한다”며 “박지수라도 연습이 안 되면 갈 수 없다. 최대한 빨리 오든지 못 온다면 못 온다고 말을 해줘야 한다”며 강조했다. 이어 “박지수 자신이 먼저 출전 여부를 밝혀야 우리도 포기를 한다. 감독 입장에서 찜찜하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진천=공동취재단, 이현우 기자 base@kmib.co.kr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