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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 대프리카’가 강원도보다 덜 더워?

2일 대구 중구에 있는 ‘더위 조형물’ 포토존에서 한 주부가 자신의 딸을 폭염 상징물 위에 세운 채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중구 제공


‘더위의 도시’ 대구의 명성이 예전만 못하다는 목소리가 이곳저곳에서 나오고 있다. 최근 들어 강원도 홍천 등에 최고 기온 간판을 빼앗긴 것은 물론 서울보다 낮은 기온을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스갯소리로 “자존심 상한다”는 대구시민도 있다. ‘대프리카’(대구+아프리카)는 그 위용을 잃은 것일까?

2일 대구기상지청 등에 따르면 지난 1일 홍천의 낮 최고 기온이 41도까지 올랐다. 1907년 기상 관측 이래 공식적으로 가장 높은 기온이다. 1942년 8월 대구에서 기록한 40도를 76년 만에 갈아치웠다. 같은 날 서울도 39.6도를 기록해 111년 만에 가장 더운 날로 기록됐다. 반면 대구는 이날 공식 기온이 37.5도였다.

대구는 올 여름 들어 지난달 27일 39.2도(공식)가 최고 기록이다. 다른 지역과 기온차가 거의 없고 더 낮은 경우도 많았다. 대구가 ‘더위의 도시’에서 벗어나게 된 이유를 놓고 다양한 의견이 제기된다.

대구기상지청 이전이 그중 하나다. 대구기상지청은 2013년 10월 금호강을 끼고 있는 녹지지역인 동촌유원지 부근 동구 효목동으로 청사를 옮겼다. 대구기상대 시절 옛 청사는 도심 주택가인 동구 신암동에 있었다. 기상관측지점이 하천 인근에 건물도 적은 곳으로 바뀌면서 기온이 낮게 나온다는 것이다.

실제 효목동 유인기상관측시스템(ASOS·공식)에서는 1일 대구 낮 최고 기온이 37.5도로 측정됐지만 자동기상관측장비(AWS·비공식)가 설치된 동구 신암동은 39.2도를 기록했다. 하지만 공식 기온이 39.2도(효목동)였던 지난달 27일에는 신암동이 39.3도를 기록해 큰 차이가 없었다. 김해동 계명대학교 지구환경학과 교수는 “기상지청 이전 후 예전보다 낮 최고기온이 낮게 측정된다는 보도 등이 있었지만 큰 의미가 없다”며 관측지점 변경을 원인으로 확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대구시는 다른 이유를 지목한다. 1996년부터 ‘푸른 대구 가꾸기’ 사업을 벌여 2016년까지 도심에 3400여만 그루의 나무를 심었는데 이 때문에 여름철 기온이 3도 정도 내려갔다는 것이다.

기상청과 전문가들은 최근 서울과 영서지방의 극심한 폭염에 대해 열돔과 푄 현상 등이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김해동 교수도 “서울의 폭염은 특별한 현상으로 대구 기온이 내려간 것으로 보기 어렵다”며 “월평균 등으로 계산하면 대구 더위는 여전히 전국 최고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대구 더위의 상징물로 주목 받았던 대구 모 백화점 앞 더위 조형물도 사라지게 됐다. 조형물은 3m 정도 길이의 녹아내린 슬리퍼와 라바콘, 달걀 프라이 등 소위 ‘대프리카’를 상징하는 것들이다. 보행 방해와 부정적인 더위 이미지 생산 등의 이유로 철거 민원이 들어왔고 중구는 건축법 위반으로 판단해 백화점 측에 철거를 요청했다.

대구=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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