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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 한국경제… ‘보호무역 태풍’ 몰려온다



한국 경제가 ‘보호무역 태풍’ 앞에 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촉발한 무역전쟁은 거세게 숨통을 죄고 있다.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에 보호무역은 치명적 리스크다. 이미 한국 경제는 숨을 헐떡이고 있다. 유일한 성장엔진인 수출은 위태롭다. 내수는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한다. 전문가들은 서둘러 위기대응 전략을 짜고 경제·산업 구조를 수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국의 주력 산업 중 하나인 자동차업계는 요즘 한겨울이다. 올해 상반기 수출 물량은 122만2528대로 전년 동기 대비 7.5%나 줄었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한창이던 2009년 이후 가장 적은 수출 물량이다.

이게 끝이 아니다. 하반기에는 더 큰 파도가 예고돼 있다. 미국은 수입산 자동차와 자동차부품에 ‘무역확장법 232조’를 적용하기 위해 조사를 진행 중이다. 한국이 불공정 무역 국가로 낙인찍히면 한국산 자동차와 자동차부품에는 최대 25.0%의 관세가 매겨진다.

충격파는 완성차 업계부터 때린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2.5% 관세를 내다가 최대 10배 더 많은 관세를 물어야 하기 때문이다. 막대한 비용 발생은 수익률 악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판매가격을 높이지 못한다. 가격경쟁력이 떨어지면 판매량은 곤두박질치기 때문이다. 자동차부품을 생산하는 중견·중소업체는 더 센 충격을 받는다. 완성차 업체에 공급하는 물량이 줄 수밖에 없는 데다 직접 미국으로 제품을 수출하면 관세 장벽에 부딪히는 ‘이중고’를 겪어야 한다.

자동차의 위기는 한국 경제의 위기로 직결된다. 자동차는 대미 수출액에서 약 30%를 차지하는 1위 수출품이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1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을 만나 “수입차 고율 관세 대상에서 한국산을 빼 달라”고 요청한 이면에는 이런 절박한 상황이 자리 잡고 있다.

비단 자동차뿐만이 아니다. 미국의 강경한 보호무역주의는 철강, 세탁기 수출에도 제동을 걸었다. 기재부는 지난 30일 세계경제 동향을 발표하고 “미국 중심주의에 기반한 보호무역주의가 더 강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 경제는 이미 ‘보호무역의 칼날’ 위에 서 있다. 미국은 한국의 수출에서 11.6% 비중을 차지한다. 미국으로 수출이 순조롭게 되지 않으면 성장엔진인 수출에 이상이 생길 수밖에 없다. 여기에다 미국은 중국과 대대적인 무역전쟁을 벌이는 중이다. 중국은 한국의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6.6%에 이른다. 중국의 대미 수출품에 들어가는 중간재의 상당수는 한국산이다. 어디에도 활로가 보이지 않는 형국이다.

미국의 압박은 각국 환율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국이 달러화 가치 약세를 추구하면서 각국은 극심한 환율 변동성에 시달리고 있다. 중국이 위안화 가치를 절하하면서 맞서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 전문가들은 ‘통상 압력→관세 부과→보복관세→환율전쟁’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가 작동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사면초가이지만 한국은 손에 쥔 대응 수단이 적다. 두 강대국의 무역전쟁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 살얼음판을 걸어야 한다. 정부 차원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외교·통상 채널을 통한 항의나 요청’ 정도다.

전문가들은 과다한 수출 의존, 수출지역 편중이라는 근원적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6년 기준으로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중 무역(수출입)이 차지하는 비중은 63.9%에 달한다. 올해 상반기 기준 미국과 중국, 유럽연합(EU) 수출액은 전체 수출액의 47.9%를 차지한다. 김영귀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무역통상실장은 “수출·제조업 중심의 체질을 바꿔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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