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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무역전쟁 장기화되면, 한국 경제엔 ‘퍼펙트 스톰’






G2(미국과 중국)의 통상갈등이 ‘무역전쟁’ ‘힘겨루기’ 양상으로 전개되면서 한국 경제에 경고음이 높아지고 있다. 통상갈등이 단기간에 종식되면 한국이 입을 피해는 크지 않을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갈등이 장기화되면서 중국이 타격을 입거나, 보호무역주의가 세계적으로 확산되면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밖에 없다.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퍼펙트 스톰’(절체절명의 초대형 경제위기)이 불어닥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서둘러서 미·중 무역전쟁의 진행 상황에 따른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다만 한국은 ‘수동적 대응’ 외에 쓸 수 있는 카드가 거의 없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한국에 가장 다행스러운 시나리오는 미·중 무역전쟁이 통상갈등 수준의 단기전으로 끝나는 것이다. 이 경우 한국의 피해는 최소화된다. 1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한국의 대중(對中) 수출 가운데 중간재 비중은 78.9%다. 이 가운데 중국을 거쳐 미국으로 우회 수출되는 중간재는 5% 정도에 그친다. 미국이 중국을 상대로 추가 관세를 부과해도 한국이 직접 입는 피해는 크지 않다는 얘기다. 산업연구원은 한국의 대중 수출 감소액이 연간 2억8,000만 달러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전체 대중 수출의 0.2%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단기전으로 끝난다면 ‘종전 시점’이 미국의 중간선거가 치러지는 오는 11월이 될 것으로 내다본다. 이 시점까지 한국은 두 나라가 경쟁적으로 쏟아낼 관세 부과 조치에 휘말리지 않는 데 집중해야 한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모든 외교채널을 동원해 미국과 중국의 움직임을 면밀히 살피고, 한국이 추가 관세 부과 대상에서 빠질 수 있도록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난 3월 미국이 수입산 철강에 25% 관세 부과를 결정했을 때 한국은 대상국에서 제외됐었다.

그러나 단기전이 아니라 장기전으로 간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식으로 한국 경제에 상처를 내게 된다. 우선 중국이 미국의 보호무역주의에 맞서 위안화 가치를 떨어뜨리면 한국산 수출품의 가격경쟁력은 그만큼 하락할 수밖에 없다. 중국 수출기업들이 선제적으로 투자조정에 들어가면 한국의 대중 수출이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

더 큰 문제는 중국 경제가 심각한 위기에 빠지는 상황이다. 현대경제연구원 주원 경제분석실장은 “미국으로서는 경제적 영향력에서 턱밑까지 쫓아온 중국을 꺾어놔야 할 시점이라고 판단할 수도 있다”며 “거품 조정기에 들어선 중국 경제가 이를 감당하지 못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중국의 위기는 한국에 대형 폭탄이다. 한국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4분의 1을 넘을 정도로 크기 때문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1.0% 포인트 떨어지면 한국의 수출증가율은 1.6% 포인트, 경제성장률은 0.5% 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관측한다. 동시에 12만9,000명의 일자리가 사라진다.

이런데도 한국이 쓸 수 있는 카드는 별로 없다. 컨틴전시 플랜(비상대책)을 만들고 충격파를 견뎌내는 수밖에 없다. 주 실장은 “중국 경제가 급격히 침체할 때를 대비한 비상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의 자본 회수 방안, 중국 내 우량기업이 충격으로 단기 경영난에 빠졌을 때 인수 전략 등을 미리 만들어서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근본적으로 중국을 대체할 시장을 개척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인도 베트남 등 아시아 신흥국이 대표적인 새 시장이다. 문재인정부가 ‘신(新)남방정책’을 강하게 추진하는 배경에도 이런 다급함이 깔려 있다. 다만 대체지로 꼽히는 국가들이 중국 수준의 인프라를 갖추고 시장이 성숙하는 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상당수 전문가들은 “신남방정책이 궁극적으로 중국을 대체할 수는 없고, 위험요인을 어느 정도 분산하는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본다.

미·중 무역전쟁이 부를 최악의 상황은 세계적인 보호무역주의다. 1930년대 대공황 상황이 재연될 수 있다. 세계 평균관세가 1.0% 포인트 인상되면 교역량은 0.48% 줄어든다. 무역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손써볼 틈이 없어진다. 현재 4.8%인 평균관세율이 10.0%로 상승하면 한국 수출은 173억 달러 감소할 것으로 예측된다. 경제성장률은 0.6% 포인트 줄고, 그에 따라 고용도 15만8,000명 줄어든다는 추산이 나온다.

하지만 현재까지는 파국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주 실장은 “보호무역주의 확산으로 이득을 볼 국가들은 많지 않다”며 “미국의 보호무역주의도 표적이 중국으로 비교적 명확한 만큼 장기전으로 번지거나, 세계 보호무역 확산이라는 최악의 상황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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