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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사위원 성향 분석… “여당 의원에 설득 부탁”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지난 6월 1일 경기도 성남시 자택 인근에서 ‘재판 거래 의혹’ 등에 대한 입장 발표를 마치고 이동하고 있다. 당시 양 전 대법원장은 “정권에 유리한 판결로 청와대와 거래를 시도한 적이 결단코 없다”고 부인했었다. 국민일보DB




31일 추가 공개된 196개의 ‘양승태 법원행정처’ 작성 문건 파일에는 모두 합쳐 50건이 넘는 ‘대(對)국회’ 전략 문건이 포함돼 있다. 문건에는 당시 행정처가 상고법원 설립 법안 통과를 위해 반대 성향의 국회 법제사법위원들을 상대로 ‘거래’를 벌인 정황이 뚜렷하다. 특히 홍일표 자유한국당(당시 새누리당) 의원은 이 과정에서 행정처와 가장 긴밀하게 연루돼 있던 것으로 드러났다.

행정처가 2015년 3월 작성한 ‘법사위원 접촉 일정 현황’이라는 제목의 문건을 보면 행정처는 법사위원들을 성향에 따라 ‘찬성·유보·반대’로 분류했다. 김진태 김도읍 이한성 전해철 서기호 의원 등 5명을 상고법원 반대 위원으로 지목했다. 행정처는 설득을 위해 ‘접촉 루트’ ‘지역구 현안’ ‘대화 소재’ 등을 치밀하게 준비했다.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의 경우 지역구 현안 항목에 “강원디자인센터 춘천 유치 활동 등”이라고 언급돼 있으며 대화 소재로는 “미 하원 로이스 외교위원장 면담”이라고 돼 있다.

법사위원들을 압박하기 위해 재판을 이용한 정황도 드러난다. 2015년 ‘VIP 거부권 정국 분석' 문건에는 서기호 정의당 의원을 압박하기 위해 서 의원이 행정처장을 상대로 제기한 연임거부 결정 취소소송 1심 재판을 이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문건에는 “서 의원 1심이 계속 진행 중이며 변론종결 등을 통해 심리적 압박을 주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돼 있다.

행정처는 또 2015년 5월 작성된 ‘상고법원을 위한 대국회 전략’ 문건에서 “‘설득 거점 의원’ 또는 ‘키맨(Key man) 활용 의원’을 접촉하고 설득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설득 거점 의원으로는 새누리당 이병석 김무성 유승민 의원, 새정치민주연합 우윤근 이춘석 전병헌 의원 등을 꼽았다.

행정처가 당시 설득 거점 의원들을 포섭하기 위해 사법행정권을 남용한 정황은 뚜렷하다. 행정처는 문건에서 경북 포항북구를 지역구로 둔 이병석 의원을 언급하며 “포항법원 내지 지역의 발전을 위한 아이템을 적극 발굴 및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구 동구를 지역구로 둔 유승민 의원에 대해서는 “총선을 앞두고 대구법원 종합청사 이전에 관심을 가질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전병헌 의원의 경우 “최근 개인 민원으로 법원에 먼저 연락해와 민원이 해결될 경우 설득을 추진한다”고 돼 있다. 2014년 9월 작성된 ‘법무비서관실과의 회식 관련’ 문건에는 “상고법원을 서울 한 곳에만 설치하는 방안을 고수할 필요가 없다”며 상고법원에 반대하는 지역구 국회의원들을 설득하기 위해 각 지역구에 상고법원 지부를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나타났다.

판사 출신 홍일표 의원은 행정처의 법사위원 설득 전략의 핵심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당시 행정처가 작성한 문건들에는 홍 의원의 이름이 빈번히 언급된다.

행정처는 홍 의원에 대해 “친소 관계를 이용해 노철래 이한성 김도읍 김진태 의원 개별 설득을 요청해야 한다” “(상고법원 설립 법안) 대표발의에 감사하며 법안 통과 시 법원이 늘 감사할 것이라는 점을 적절히 설명해야 한다” “홍 의원 등을 통해 이한성 의원에게 상고법원안 상정을 강력 주문한다”고 언급하고 있다. 홍 의원은 당시 행정처에 자신이 피고인 민사소송 재판 관련 선처를 요청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문동성 이가현 기자 theMo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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