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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부터 9월까지 5개월 초장기 여름 가능성, “10년 뒤엔 ‘재앙급 더위’ 매년 온다”



올해 폭염보다 더한 더위가 10여년 후 한반도에 찾아올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기상과학자들은 2030년대부터는 온난화로 인해 한국이 여태 겪어보지 못한 수위의 불가마 더위를 매년 겪게 될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예상했다. 폭염과 열대야가 5월에 시작해 9월까지 5개월에 걸쳐 이어지는 ‘초장기 여름’ 가능성까지 제기됐다. 폭염에 대한 국가 차원의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변영화 국립기상과학원 기후연구과장은 31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전 세계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종합해 한반도의 기온 변화를 전망한 결과 2030년대부터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한 수준의 더위를 겪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변 과장은 지금부터 온실가스를 극적으로 감축한다 해도 이 같은 계절 변화는 이미 ‘피할 수 없는 미래’가 됐다고 주장했다.

국립기상과학원 연구팀은 유엔 산하 국제협의체인 ‘기후 변동에 관한 정부 간 패널(IPCC)’의 접합대순환모델(CMIP5)을 활용해 온난화 발생 시점을 예측했다. 그 결과 80% 이상의 시나리오에서 2030년대 한반도 여름철 기온이 산업혁명 시기 기준 ±2도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지금까지의 자연 변동폭을 넘어서는 수치로, 기온 변화가 생태계에 직접 위협을 가하는 수준이다.

한국이 가장 성공적으로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을 이뤄낸다는 최상의 사니리오를 가정해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변 과장은 “현재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계속되는 시나리오(RCP8.5)와 약 20년 전 배출량으로 돌아가는 시나리오(RCP2.6) 모두 2030년대가 되면 인위적 영향에 의한 온난화 현상이 시작될 것으로 예상됐다”며 “두 시나리오의 차이는 겨우 5∼6년 정도”라고 말했다.

더위가 일찍 찾아오고 늦게까지 계속되는 현상도 점점 뚜렷해졌다. 국립기상과학원은 현 온실가스 평균 배출량이 계속된다는 가정 아래 21세기 중반 이후에는 폭염과 열대야가 5월부터 9월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변 과장은 “현재 온실가스 배출량이 계속될 경우 21세기 후반 들어 해안과 일부 산지를 제외한 한반도 모든 지역에서 폭염·열대야 일수가 급격히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급격한 기온 변화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고 주문했다. 윤진호 광주과학기술원 교수는 “온실가스를 줄이는 데 더 노력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독일처럼 ‘바람길’을 확보하고 녹지를 조성하는 등의 도시계획도 필요하다”며 “굉장히 장기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윤 교수는 “현재 국내의 친환경 에너지 관련 기술은 우수한 편”이라며 “정부가 지금보다 정책을 실현하는 데 좀더 강한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했다.

한편 기상청은 2일까지 서울 기온이 39도에 이르는 등 역대 최고치를 돌파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기상청은 날씨가 맑은 중서부 지방에 북태평양고기압이 자리하고 있고 높은 일사량과 고온건조한 동풍 등 기온이 올라가는 데 필요한 조건이 두루 갖춰져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 기온은 이날 이미 38.3도로 올해 최고치를 경신했다. 1994년 7월 24일의 38.4도에 이어 역대 두 번째다. 기상청 관계자는 “일단 3일까지가 고비”라며 “이후에는 동풍의 효과가 줄어들면서 기온이 35도 안팎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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