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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 식히는 ‘나눔 냉장고’ 바람, “가져가게, 놓고가게”

전북 전주시 평화동에 문을 연 ‘가져가게, 놓고 가게’ 나눔 냉장고 앞에서 31일 두 할머니가 물품을 고르자 자원봉사자가 이용 방법을 알려주고 있다. 김용권 기자


35도를 넘는 무더위가 계속된 31일 전북 전주시 평화사회복지관 입구. 두 할머니가 냉장고 안에 들어 있는 식료품을 만지며 어떻게 먹는 것이냐고 묻는다. 자원봉사자인 임봉택씨가 간단한 조리법을 알려주며 “유통기한도 꼭 확인하라”고 일러준다. ‘가져가게, 놓고 가게’라는 이름이 붙은 이 나눔 냉장고는 주민들과 아파트 관리사무소, 상가번영회 등이 힘을 합쳐 전날부터 운영됐다. 쌀은 물론 식료품과 생활용품 등을 기부 받아 어려운 이웃에게 나눠주는 시설로 누구나 하루 2개씩 마음껏 가져갈 수 있다.

3주째 이어지는 폭염 속에서도 이 같은 ‘나눔 냉장고’가 전국 곳곳에서 문을 열어 주민들의 마음을 시원하게 해주고 있다. 전북 완주군 용진읍 대영아파트 주민들은 지난달 13일 관리사무소 안에 ‘오아시스 나눔 냉장고’를 개점했다. 주민들이 “텃밭 채소를 이웃과 나누고 싶다”고 뜻을 모으자, 주변 기관과 기업이 동참했다. 한국수자원공사 전주권지사가 냉장고를 기부하고 생수를 공급하기로 하자 기업과 협동조합은 건어물과 과일 육류 장류 떡 빵 등을 보내주기로 했다. 이 같은 냉장고는 이서면 혁신도시에 이어 완주군에 두 번째로 설치됐다.

지난달 5일 경북 문경시 점촌5동에서는 ‘사랑나눔 냉장고’ 오픈식이 열렸다. 이후 냉장고엔 오케이마트와 덕성떡집 등 지역 식품업체들이 기증한 다양한 식품이 가득 찼다.

전남 장흥군 장흥읍에는 ‘사랑나눔’, 경남 양산시 소주동에는 ‘이웃사랑 나눔’, 강원 동해시 북평동엔 ‘희망 나눔’ 냉장고가 문을 열어 주민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충남 공주시 유구읍과 전남 순천시 덕연동, 전북 장수읍, 경남 거제시 고현동에도 ‘마중물’ ‘따뜻한 나눔’ 등의 이름을 단 냉장고가 세워져 물품을 기증하거나 골라가는 발길이 늘어나고 있다.

충남 부여의 한 아파트에는 최근 택배기사들을 위한 나눔 냉장고도 등장했다. 주민 박모씨는 어린 두 딸과 함께 아이스박스에 음료수와 얼음물 등을 넣어두고 택배기사들이 편히 마실 수 있도록 했다. 어느 날 그 박스엔 이런 글씨가 적힌 쪽지가 놓여 있었다. ‘정말 고맙습니다. 행복하세요. OO택배.’

서울 자치구들도 폭염에 취약한 계층을 돕기 위한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노원구는 지난달 30일부터 어르신들이 밤잠을 설치지 않도록 구청 대강당과 경로당 등에 ‘야간 무더위 쉼터’를 운영 중이다. 대강당에는 20개의 텐트가 설치돼 어르신들이 편안하게 잘 수 있다. 의료 인력 3명도 배치됐다.

서대문구는 홀몸노인 가구 20곳에 반찬 쿠폰을 제공하고 있다. 폭염 속에서 음식을 조리하는 일이 없도록 동네 반찬가게에서 쓸 수 있는 5만원 이용권을 주는 것이다.

전주=김용권 기자, 김유나 기자 yg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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