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꾸는 작은 소녀… ‘마틸다’가 기다려지는 이유

뮤지컬 ‘마틸다’의 주요 출연진이 30일 서울 중구 남산창작센터 연습실에서 진행된 쇼앤텔 행사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앞줄에 선 네 명의 아역배우가 마틸다 역의 황예영 안소명 이지나 설가은(왼쪽부터). 뒷줄은 왼쪽부터 최재림 현순철 방진의 최정원 박혜미 김우형 강웅곤 문성혁. 신시컴퍼니 제공




“성인배우들과 호흡을 맞춰 보니 더 잘해야겠다는 욕심이 생겼어요. 예상보다 너무 잘하셔서 깜짝 놀랐어요. 좀 더 연습해서 (우리가) 성인배우보다 더 잘하고 싶어요.”

뮤지컬 ‘마틸다’의 중간 연습 과정을 공개하는 쇼앤텔(Show&Tell) 행사가 진행된 30일 서울 중구 남산창작센터 연습실. 주인공 마틸다 역의 아역배우 안소명이 밝힌 천진한 포부에 현장엔 웃음이 번졌다. 교장 트런치불 역의 최재림이 재치 있게 받아쳤다. “계속해서 예상을 뛰어넘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웃음).”

웨스트엔드 흥행작 ‘마틸다’가 아시아 최초, 비영어권 최초로 한국에 상륙했다. 영국 명문극단 로열 셰익스피어 컴퍼니(RSC)가 ‘레미제라블’ 이후 25년 만에 제작한 뮤지컬. 책 읽기를 좋아하는 천재 소녀 마틸다가 물질주의에 찌든 부모와 학교 교장의 부당함으로부터 벗어나 진정한 자아와 행복을 찾아가는 과정을 따뜻하고 유쾌하게 그린다.

닉 애쉬튼 해외 협력 연출은 마틸다에 대해 이렇게 소개했다. “그의 뇌를 들여다보면 에너지로 가득 차 마치 전기충격이 일어나는 것처럼 반짝거릴 것 같습니다. 이 작은 아이는 주어진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강력하게 믿고 있죠. 우리 모두가 스스로 운명을 개척해 나갈 힘이 있다고 말해줍니다.”

‘찰리와 초콜릿 공장’으로 친숙한 작가 로알드 달(1916∼1990)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7년간의 연구·개발 과정을 거쳐 2010년 초연됐고, 2013년 미국 브로드웨이에도 진출해 평단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한국 공연은 ‘시카고’ ‘맘마미아!’ 등 흥행 라이선스 공연을 선보여 온 제작사 신시컴퍼니의 30주년 기념작으로 마련됐다.

한국판 마틸다 역에는 10∼12세의 안소명 이지나 황예영 설가은 네 명의 어린이가 캐스팅됐다. 오디션에서 무려 6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발탁됐다. 특히 황예영과 설가은은 연기 경험이 전무한 신예들이다. 수개월간의 피땀 어린 연습을 거쳐 어느덧 공연을 한 달여 앞둔 시점, 네 아역배우들은 이미 작품에 흠뻑 빠져든 듯했다.

“연기가 마음처럼 안 될 때는 자존심도 상하고 속상해요. 그럴수록 연출 선생님 말씀에 집중하고, 혼자서도 더 생각해보게 되는 것 같아요. 잘했을 때는 ‘내가 열심히 했구나’ 싶어서 하루 종일 기분이 업돼 있어요.”(황예영)

“연습이 잘 안될 때는 너무 속상해서 슬픔의 파도에 삼켜지는 것 같아요. 그래도 다시 연습해서 고쳐 나가야겠다는 생각을 하죠. 잘됐을 때는 너무 기뻐서 날개를 달고 천사들이랑 하늘을 날아다니는 것 같아요.”(설가은)

공연이 임박해 오면서 학업보다는 연습에 ‘올인’하고 있다. 안소명은 “제일 힘든 건 춤이다. 과격한 동작이 많아서다. 그래도 재밌긴 하다”고 얘기했다. 이지나는 “과격한 춤도 있지만 조용한 춤도 있어서 각각의 느낌을 살려 표현하는 게 어렵다”며 “난 연기가 재미있다. 인물의 기분을 느끼면서 따라가는 게 너무 즐겁다”고 웃었다.

걸출한 성인배우들이 든든히 뒤를 받친다. 마틸다의 엄마 미세스 웜우드 역에는 최정원 강웅곤이, 아빠 미스터 웜우드 역에는 현순철 문성혁이 합류했다. 여성 캐릭터지만 남자배우가 맡는 교장 미스 트런치불 역은 김우형 최재림이, 미스 허니 선생님 역은 방진의 박혜미가 각각 맡았다.

출연진 가운데 연장자인 최정원은 “축구에 비유하자면 우리는 어시스트를 하는 사람이고, 네 명의 마틸다가 공격수다. 우리가 확실히 준비돼 있어야 그들이 놀이터처럼 뛰놀 수 있다”면서 “아이들이 무대에서 매일 즐거웠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오는 9월 8일부터 내년 2월 10일까지 서울 강남구 LG아트센터.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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