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급하게 추진했다 제작비만 날린 ‘코지 판 투테’

2016년 프랑스 엑상프로방스 페스티벌 무대에 오른 모차르트 오페라 ‘코지 판 투테’의 한 장면. 국립오페라단은 이 오페라 공동제작을 추진했다가 제작비 손실을 입었다. 유튜브 캡처


국립오페라단이 해외 기관과 오페라 공동제작을 추진했다가 취소하면서 적잖은 제작비를 날린 것으로 30일 확인됐다.

국회 장정숙 의원실에 따르면 국립오페라단은 김학민 전임 단장이 재직하던 2016년 프랑스 엑상프로방스 페스티벌 측과 모차르트의 오페라 ‘코지 판 투테(Cosi fan Tutte·여자는 다 그래)’ 공동제작 계약을 체결했다. 연출은 프랑스 출신 영화감독이자 작가인 크리스토프 오노레가 맡기로 했다.

국립오페라단의 분담금은 18만2000유로(2억3900만원)였고, 올해 3월 공연 취소 전까지 지급된 액수는 13만6500유로(1억7000만원)였다. 하지만 지난해 7월 공연을 추진한 김 전 단장이 사의를 표했고, 문화체육관광부 국정감사에서는 이 공연이 “각종 경비를 우리 측이 과도하게 지급하는 불공정 계약”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올해 3월 선임된 윤호근 현 국립오페라단 단장은 코지 판 투테 공연을 전면 재검토한 뒤 취소하기로 결정했다. 윤 단장은 “엑상프로방스 페스티벌은 기존 작품을 파격적으로 해석하는 경향이 있고, 이 작품도 유럽의 현안인 난민 문제를 의식했는지 인종 문제로 접근했다. 게다가 노출이 과도해 우리 관객들의 정서에 맞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결국 국립오페라단은 자체적으로 연출가와 출연진을 섭외해 코지 판 투테를 무대에 올리기로 계획을 바꿨다. 이미 지급된 분담금에 대해서는 구상권 청구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민간 오페라단이 11월 초연 예정인 바그너의 오페라 ‘라인의 황금’도 클래식계의 우려를 사고 있는 분위기다. 바그너 오페라는 규모가 크고 구성이 복잡하기 때문에 통상 7∼8개월 전부터 오케스트라 연습이 시작된다. 그런데 이 공연은 공연 석 달 전인 다음 달 중순부터 연습이 시작되는 것으로 전해지기 때문이다.

2012년에는 한 민간 기획사가 프랑스 오랑주 페스티벌의 야외 오페라 ‘라보엠’을 국내에 들여왔다가 공연을 대폭 축소한 적도 있다. 최고 57만원으로 티켓값을 책정했으나 저조한 티켓 판매로 당초 예정됐던 공연 횟수를 절반으로 줄였다. 수요 예측을 크게 잘못했던 것이다. 이 과정에서 관객들의 원성이 터져 나왔다.

한 오페라 애호가는 “기관의 권위나 연출가의 명성만 보고 공연을 추진했다가 엉망이 될 수 있다”며 “각 기관이나 단체가 소화할 수 있는 규모의 오페라를 내실 있게 준비하면 좋겠다”고 했다. 클래식 기획사 관계자는 “종합예술인 오페라는 막대한 예산이 들기 때문에 사전에 내용, 무대, 비용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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