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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에게 묻다] 자가 지방줄기세포로 ‘당뇨발’ 치료 큰 성과


 
연세에스병원 심영기 대표원장이 보기 흉한 하지정맥류로 고민하는 한 중년 남성 환자의 다리 정맥을 초음파 검사로 확인하고 있다.최종학 선임기자


서울 강남구 영동시장 입구 연세에스의원 심영기(64·사진) 대표원장은 하지정맥류와 림프부종, 당뇨발 등 다리질환 전문가다.

심 원장은 1989∼1990년 스웨덴 웁살라대학병원과 일본 키타사토대학병원에서 각각 미세수술기법을 익혔다. 그 인연으로 스웨덴 스쿠그(SKOOG)의학회와 일본 미용성형외과학회 정회원이 됐다. 한국 의사 최초로 중국 의사면허를 획득했을 정도로 중국어도 유창하게 구사한다. 중국인 환자를 보는데 막힘이 없다.

심 원장은 지금까지 3차례 변신을 꾀했다. 제1기는 성형외과 전문의로 레이저 주름제거 등 미용성형 분야에 주력하던 때, 제2기는 같은 미용성형 분야이면서도 관심권 밖에 있던 하지정맥류와 림프부종 치료 분야를 개척한 때다.

심 원장은 요즘 또 다른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당뇨 합병증, 당뇨병성족부병변증으로 발을 절단할 위기에 몰린 ‘당뇨발’ 환자들을 위한 자가 지방줄기세포 치료법을 정립하는 일이다.

심 원장은 “하지정맥류와 림프부종 환자를 전문적으로 돌봐준다고 입소문이 나면서 당뇨발도 같은 다리질환이니 만큼 치료해달라는 주문이 잇따라 2016년부터 본격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했다”고 털어놨다.

심 원장에게 당뇨발과 하지정맥류, 림프부종을 어떻게 치료하는지 물어봤다.

당뇨발, 지방줄기세포 치료로 해결

속칭 당뇨발은 한국인 10명 중 1명꼴로 추정되는 당뇨의 여러 합병증 가운데 하나다. 의학적으로는 발에 생긴 궤양 혹은 감염증(당뇨병성 족부병변)으로 불린다. 당뇨로 인해 말초혈관이 막혀 피가 안 통하는 가운데, 세균 감염이 겹쳐 발이 썩어 들어가는 병이란 뜻이다. 보통 당뇨 진단을 받고 10년 정도 지나면서부터 생기는 말초신경병증과 함께 온다.

당뇨병성 말초신경병증은 고혈당으로 말초신경을 둘러싸고 있는 신경섬유가 손상돼 발생한다. 신경섬유가 손상되면 발 감각이 무뎌져 상처가 나도 자각하지 못하게 된다. 여기에 혈액순환장애까지 겹치면 상처가 잘 아물지 않게 되고, 급기야 족부궤양으로 발전해 괴사로 이어지기 쉽다.

심 원장은 이를 환자 자신의 복부에서 추출한 지방줄기세포로 치료한다. 자가 지방줄기세포를 주 1회씩 두 달 동안 총 8번에 걸쳐 정맥 주사하는 방법이다. 병든 세포를 정상세포로 바꿔 호르몬 분비기능을 회복시키는 효과가 있다.

심 원장은 “지금까지 당뇨병성 족부병변으로 발이 썩어 들어가기 시작하는 환자 10명에게 시술, 모두 발 절단 위기를 넘기는데 성공했다”고 말했다.

경구용 혈당강하제는 물론 오전에 지속성 인슐린, 오후엔 속효성 인슐린까지 투여해야 했던 한 환자는 치료 4주차에 속효성 인슐린을 끊을 수 있을 정도로 혈당치가 좋아졌다. 당화혈색소 역시 치료 전 11.6%에서 치료 후 매주 0.5% 포인트씩 감소해 6주차에 평균 7.7% 수준까지 떨어졌다.

하지정맥류, 방치 시 피부염 자초

하지정맥류는 정맥의 판막이 망가져 장기간에 걸쳐 피가 아래쪽으로 쏠리면서 혈관이 라면 발처럼 꼬불꼬불 울퉁불퉁 튀어나오는 혈관질환이다. 바로 다리 혈관이 피부에 힘줄처럼 불거져 보이는 경우다. 다리에서 심장으로 들어가야 할 혈액이 다리 정맥에 고여 역류하게 되면서 일어나는 이상 현상이다.

심한 경우 2∼3ℓ의 혈액이 다리에 고이기도 한다. 그러면 모래주머니를 찬 듯 걸을 때 다리가 무겁고 금방 피로를 느낀다. 장기간 방치 시 다리와 발에 잘 낫지 않는 피부염이 생길 수도 있다. 요즘처럼 날이 더운 시기엔 피가 더 잘 고이고 그만큼 부종과 통증도 심해진다.

환자는 남성보다 여성이 3배 이상 많다. 특히 미용사, 교사, 호텔 근무자, 백화점 직원 등 오래 서 있는 직업 종사자가 고위험군으로 분류된다.

특히 하이힐을 즐겨 신는 이들에게 흔하다. 하이힐을 장시간 신으면 장딴지 혈액순환 기능이 약화되기 때문이다. 만약 조금만 걸어도 다리고 저리고 무거운 느낌이 든다면 도플러초음파검사를 받아볼 필요가 있다. 초음파 영상을 보면 피가 정상적으로 흐르는지 알 수 있다.

치료는 주로 고주파 또는 레이저 열에너지로 한다. 정맥 안에 레이저 또는 고주파 도관(導管)을 삽입해 문제 부위를 지져서 정맥을 수축시키는 치료법이다. 순간접착제를 정맥 내막에 주입해 혈관을 폐쇄시키는 방법도 있다.

심 원장이 지금까지 치료해준 하지정맥류 환자 수는 4만명이 넘는다. 그는 2000년에 중국 다롄, 2006년에는 베이징에 ‘SK하지정맥류클리닉’을 각각 설립, 운영하고 있다.

림프부종 환자 1700명 등록 관리

림프부종은 림프관이 막히거나 림프기능에 문제가 생겨 신체 일부가 심하게 붓는 질환이다. 선천성 림프부종 외에도 암수술 후 또는 원인불명의 림프관 손상으로 발생한다. 최근에는 자궁암 수술 후 다리가, 유방암 수술 후 팔이 부어오르는 림프부종 환자들이 많다.

주로 팔다리에 생기지만 복부 목 머리 얼굴 눈 부위에 생기는 경우도 있다. 모두 남의 눈에 띄기 쉬운 부위여서 환자는 우울증에 빠지기 쉽다.

림프부종의 무서운 점은 대부분 통증이 없는 상태에서 서서히 진행된다는 사실이다. 그러다 만성화되면 섬유화 현상으로 피부와 근막조직을 눌러도 피부가 들어가지 않게 된다.

심 원장은 특유의 림프부종 복합 치료법으로 이를 해결한다. 기존의 △림프흡입술 △지방흡입술 △미세림프이식 수술 △줄기세포 치료 등을 복합적으로 사용하는 치료법이다.

치료 후에는 터질 듯 부어오른 환부 크기가 눈에 띄게 줄어들고 다시 림프액이 고이지 않게 된다. 고장 난 림프관도 재생시켜 부어 있던 팔다리가 본래대로 회복된다.

심 원장은 2016년 8월 미국 텍사스 댈러스에서 열린 제12차 림프부종 네트워크 국제 학술대회에 참가, 림프부종 환자 103명을 대상으로 이 복합 치료법을 시행한 후 추적 관찰한 결과 부종 감소 효과가 평균 80%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고해 주목을 받았다.

지난해 3월에는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제2회 세계 림프부종 심포지엄에 참가, 2008년부터 2016년까지 치료한 림프부종 환자 1011명을 집중 분석한 임상연구논문을 발표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이후 새롭게 진단, 치료 중인 환자 680여명을 포함해 현재 심 원장이 림프부종클리닉에 등록 관리 중인 환자는 무려 1700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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