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원 “뚝심있게 해낸 ‘인랑’… 새로운 도전은 계속” [인터뷰]

통일 이후 혼란한 한반도 상황을 다룬 영화 ‘인랑’의 강동원. 그는 “촬영할 때만 해도 통일은 뜬구름 같은 얘기였는데, 지금은 ‘알고 썼냐’고 할 정도로 현실과 닮아 있다. 요즘은 ‘잘하면 평양에 여행 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나”라고 말했다.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영화 ‘인랑’에서 30㎏가 넘는 철제 강화복을 입고 총격신을 펼치는 강동원.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인랑(人狼), 늑대인간을 뜻한다. 김지운 감독이 만든 이 SF 블록버스터 영화의 주인공은 강동원(37)이다. “왜 강동원이어야 했느냐”는 질문에 대한 김 감독의 답은 이랬다. “강동원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역할이었다. 성립 자체가 불가능했다. 그가 지닌 독보적인 아름다움이 있다. 서늘하면서도 수려한.”

영화를 보고 나면 이 말에 어느 정도 수긍할 수밖에 없다. 정작 본인은 뜻밖의 찬사에 쑥스러워 어쩔 줄 모르지만. “감독님은 현장에서 칭찬을 전혀 안 하세요. 그런데 요즘 좋은 말씀을 너무 많이 해주셔서, 저조차도 ‘그 정도였나’ 싶다니까요. 편집하면서 ‘동원이가 고생을 많이 했구나’ 생각하셨나 봐요(웃음).”

신작으로 돌아온 강동원을 25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났다. 그는 “갑옷 입고 영화를 찍어본 건 처음인데, 한번쯤 해보고 싶었다. 이런 장르에 대한 판타지가 있었다. 더욱이 김지운 감독님이 연출하신다니 (캐스팅 제안을)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고 했다. 다만 “매니악한 원작을 어떻게 대중화할지가 숙제였다”고 덧붙였다.

일본 동명 애니메이션을 영화화한 ‘인랑’은 남북한이 통일에 합의한 가상의 미래를 배경으로 한다. 극 중 강동원이 맡은 배역은 반(反)통일 테러단체를 견제하는 경찰조직 ‘특기대’의 에이스이자 살인병기로 훈련된 특수요원 임중경. 강렬한 액션은 물론, 조직의 명령과 개인의 양심 사이에서 고뇌하는 내면 연기까지 소화해냈다.

시각적으로 가장 돋보이는 건 강화복을 입고 펼치는 액션이다. 얼굴까지 가면으로 뒤덮는 이 철제 전신 슈트의 무게는 무려 30㎏ 이상. “처음에는 너무 무거워서 ‘이걸 입고 어떻게 연기를 하나’ 싶었어요. 초반엔 걷는 분량만 있었는데 점점 총을 쏘더니 나중엔 뛰기까지 했죠. 사람 몸이 참 신기한 게, 일주일 지나니 적응이 되더라고요(웃음).”

좀처럼 감정을 표출하지 않는 인물을 설득력 있게 그려내는 것도 녹록지 않았다. 그는 “원래 대사 없는 캐릭터를 연기하기가 어려운데 임중경은 그 ‘끝판왕’ 격이 아닌가. 배우 입장에선 ‘내려놓는’ 연기가 쉽지 않다. 뭔가 더 보여주고픈 욕심이 생겨서다. 그럼에도 이번엔 감정 표현을 하지 않고 끝까지 뚝심 있게 밀고 나갔다”고 설명했다.

‘가려진 시간’(2016) ‘골든슬럼버’(2018) 등 최근작들의 성적이 저조했던 터라 흥행 욕심이 날 법도 하다. “흥행이야 하면 좋겠죠. 그래야 좀 더 진취적으로 다음 단계를 밟아나갈 수 있을 테니까요. 보수적인 선택은 하고 싶지 않거든요.” 그가 작품의 성공을 바라는 이유는 또 다른 ‘새로운 도전’을 위해서라는 것이다.

꽤 오래전부터 해외 진출을 모색해 온 강동원은 할리우드 영화 ‘쓰나미 LA’의 주연으로 발탁됐다. 오는 9월 말부터 촬영에 들어간다. 역시나 언어 문제가 발목을 잡는다. “스트레스가 엄청나요. 대사만 소화하면 되는 게 아니라 감정까지 전달해야 하니까요. 그래도, 잘해 봐야죠.”

강동원이 주야장천 해외 진출을 강조해 온 건 한국영화의 발전을 위한 길이라는 확신 때문이다. 그는 “국내 영화시장은 이미 포화상태다. 배우들이 해외로 나가 시장을 넓혀야 한국영화가 선보일 수 있는 활로도 뚫리게 된다. 지금 내가 한계를 느낄 정도로 열심히 하고 있는 이유다. ‘한국 배우 괜찮더라’는 소리를 꼭 듣고 싶다”고 말했다.

안주할 수도 있는 정상의 위치에서 강동원은 도전을 계속하고 있다. 놀라우리만큼 담대하게. “워낙 도전하는 걸 좋아하는 성격이에요. 이전보다 얼마나 나아졌는지, 내 한계를 극복했는지 늘 살피죠. 미국 영화에 출연해서도 ‘나라 망신시켰다’는 얘긴 안 들어야 할 텐데…(웃음). 조금이나마 국위선양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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