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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예비율 7%대로 뚝… “원전 정비 조정을”

폭염으로 전력수요가 급증한 24일 한국전력 직원들이 경기도 수원시 경기남부전력본부에서 예비전력을 점검하고 있다. 이날 오후 4시50분 현재 전력예비율은 7.53%까지 떨어졌다. 사진=최현규 기자


불볕더위가 계속되면서 최대 전력수요도 사상 최고치를 연일 갈아치우고 있다. 전력예비율은 7%대까지 떨어져 비상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전력 수급이 안정적이라고 판단해 올해 첫 전력 수요감축요청(DR)은 시행하지 않았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24일 오후 5시 현재 전력수요는 9248만㎾로 전날 기록했던 최고 기록인 9070만㎾를 또다시 경신했다. 전력예비율은 7.7%까지 떨어졌다. 전날 전력예비율은 8.4%였다.

전력예비율이 계속 떨어지면서 논란의 중심에 선 것은 원전이다. 원전의 계획예방정비로 인한 가동 중단이 전력예비율 하락의 주된 원인으로 꼽힌 것이다. 현재 원전 24기 중 가동을 멈춘 건 7기다. 고리 2호기와 한빛 2∼4호, 월성 3호 등 다섯 기는 원전 관련 규정에 따라 계획예방정비 중이고 한울 2호는 고장으로 정비에 들어갔다. 월성 1호는 지난해 5월부터 계획예방정비에 들어갔다가 지난 6월 조기 폐쇄가 결정된 뒤 가동이 중단됐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원전 전문가는 “지금 상황에서 원전이 한 기라도 멈추면 전력 수급에 차질을 빚을 것”이라며 “예정된 일정에 맞춰 계획정비에 들어가야 하지만 기상상황에 맞춰 계획정비 일정을 조정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폭염으로 인해 전력수요가 급증하는 것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며 “이와 함께 원전 가동상황에 대해 터무니없이 왜곡하는 주장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산업통상자원부가 전체적인 전력수급 계획과 전망 그리고 대책에 대해 국민께 밝혀 달라”고 지시했다. 이는 일각에서 탈원전 정책을 지향하는 정부가 폭염 때문에 원전을 재가동했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보인다.

태양광도 말썽이다. 연일 오존 농도가 높다보니 태양광 활용도가 가장 높은 여름철에 기대 이상의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한국전력 관계자는 “이번 주말부터 대형 사업장의 여름철 휴가가 본격화되면 전력수요는 한풀 꺾일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도 “휴가가 끝나는 다음 달 중순부터 다시 전력수요가 정점을 찍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재난 수준의 이상 기온이 계속되면서 원자력발전소의 계획정비 일정을 조정하고 높은 오존 농도로 태양광이 제 기능을 못하는 상황을 고려해 전력수급 계획에 변화를 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서울과학기술대 유승훈 교수는 “지난해 12월 발표한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은 기상청 자료를 바탕으로 한 것”이라며 “그러나 예상과 달리 폭염이 계속되면서 내년 12월 발표하는 9차 계획엔 이를 반영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세종=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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