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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하다 딸아~" "괜찮아요 아빠~” 실종 31년 만에 극적상봉한 부녀

이순애씨(오른쪽)가 24일 대구지방경찰청 여성청소년수사계에서 아버지 이세원씨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대구지방경찰청 제공


가족과 생이별해 독일로 입양됐던 여성이 24일 경찰의 도움으로 31년 만에 대구에서 아버지와 극적으로 상봉했다.

1988년 5월 입양된 이순애(35)씨는 이날 오전 대구지방경찰청 여성청소년수사계에서 친아버지 이세원(56)씨를 만났다. 순애씨는 참았던 눈물을 쏟으며 “처음 아버지를 봤을 때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을 느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씨 역시 딸에게 “미안하다. 살아있으면 반드시 볼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고 말하며 눈시울을 적셨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의 기구한 사연은 87년 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운수업에 종사하던 이씨가 경북 구미에서 일하게 돼 당시 3살이던 순애씨를 대구 산격동 어머니 집에 맡겼는데 돌아와 보니 딸이 보이지 않았다. 순애씨는 집을 나와 산격동 대도시장 인근을 배회하다 경찰관에게 발견돼 대구시 관련 부서의 보호를 받게 됐다. 하지만 가족을 찾지 못해 보육원에 넘겨졌고 이후 홀트아동복지회를 통해 입양됐다. 딸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했던 이씨는 이런 사실을 알지 못했다.

부녀의 인연은 이씨가 2016년 6월 대구 서부경찰서에 딸을 찾아 달라고 도움을 요청하면서 다시 이어질 수 있었다. 당시에는 1년여의 수사로도 순애씨의 흔적을 찾을 수 없어 미제사건으로 남을 위기를 맞기도 했다. 하지만 대구지방경찰청 장기실종사건수사팀이 사건을 넘겨받고 순애씨가 실종될 당시 무연고 실종아동들이 해외로 입양을 간 사례가 다수 있었음을 확인했다. 이런 가운데 순애씨가 지난해 11월 중앙입양원에 가족을 찾아 달라고 요청하면서 순애씨 존재를 확인할 수 있었다.

경찰은 순애씨의 DNA 샘플을 국제우편으로 전달받아 아버지와 대조했고 부녀지간임을 확인했다. 순애씨는 독일에서 하키 선수인 남편과 결혼해 1남1녀를 두고 있다.

대구=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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