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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회찬 사망] “魯 의원 믿는다”던 정의당 ‘충격’… “표적 수사 유감”

노회찬 정의당 의원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서 23일 이정미 정의당 대표(오른쪽 세 번째)와 심상정 의원(오른쪽 첫 번째)이 비통한 표정으로 조문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윤성호 기자


美 함께 다녀온 원내대표들 “전혀 기색 없었다” 당혹
文 대통령 “가슴 아프고 비통”…SNS 생방송 일정 취소
각계 인사 조문 이어져


고 노회찬 정의당 의원의 갑작스런 비보에 정치권은 충격에 휩싸였다. 그간 노 의원의 정치자금 의혹에 대해 “노회찬을 믿는다”고 했던 정의당은 침통함 속에 드루킹 특별검사 수사를 ‘표적수사’라고 비난했다. 전날까지 방미길에 올라 3박5일 일정을 함께했던 여야 원내대표단은 “전혀 (스스로 목숨을 끊을) 기색이 없었다”며 당혹해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생방송으로 진행하려 했던 국민청원 답변 일정을 취소하고 고인을 애도했다.

정의당은 23일 빈소가 마련된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서 긴급회의를 갖고 드루킹 특검 수사에 유감을 표했다. 최석 정의당 대변인은 “댓글 공작으로 시작한 드루킹 특검이 원래 취지와 목적이 있을 것인데 비극적 결과를 낳았다”며 “본질적 목적에 부합하지 않은 특검의 노회찬 표적수사에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정의당은 고인의 장례를 국회장으로 5일 동안 치르기로 했다. 이정미 대표가 상임장례위원장을 맡았다.

노 의원 빈소에는 각계 인사들의 조문이 이어졌다. 청와대에서는 한병도 정무수석과 송인배 정무비서관이 조문했다. 송 비서관은 드루킹이 주최한 간담회 참석 사례비로 200만원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 특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문희상 국회의장과 유인태 국회 사무총장, 박원순 서울시장, 김부겸 행정안전부·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도 빈소를 찾았다. 문 의장은 “노 의원은 정치의 본질이 망가진 자, 없는 자, 슬픈 자, 억압받는 자의 편에 서야 한다고 생각했던 정의로운 사람이었다”고 회고했다. 여야 원내대표단도 공동 조문을 하며 눈물을 흘렸다.

고인과 함께 22일까지 미국에 다녀온 원내대표들은 침통함을 감추지 못했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워싱턴DC 방미 일정 중에 어떤 문제가 있다는 생각을 전혀 갖지 않았다. 귀국 전날 밤에는 80년대 노동, 민주화 운동 이야기를 같이 나눴다”면서 “일하는 사람들, 사회적 약자를 위해서 온몸을 던져 일해 온 정치인으로 생각하고 함께해 왔다”고 말했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귀국 전날 마지막 술 한 잔 대접한 게 끝이었다. 오랜만에 노동 운동을 회고하면서 얘기했던 게 눈에 선하다”며 “늘 노동의 현장에서 소외되고 어려움에 처한 노동자들의 애환과 고충을 대변하고자 했다. 그 진정성이 어떻게 이렇게 비통한 죽음으로 (종언을) 고하는지 말문을 잇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드루킹 의혹과 관련해서는 “3일간 공식 일정 18개를 소화하면서 단 한 번도 드루킹과 관련한 이야기를 주고받은 적이 없었다”고 했다.

김병준 한국당 혁신비상대책위원장은 오전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 도중 비보를 듣고 급히 토론회장을 떠났다. 김 위원장은 “우리 정치는 매번 이렇게 비극적일까”라며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청와대는 빈소에 문 대통령 명의의 근조 화환을 보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수석 보좌관 회의에 앞서 고인에 대해 “정말 가슴이 아프고 비통한 심정이다. 한국의 진보 정치를 이끌면서 우리 정치의 폭을 넓히는데 큰 기여를 해왔다”며 “삭막한 우리 정치판에서 말의 품격을 높이는 면에서도 많은 역할을 했다. 깊이 애도한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오전 11시50분에 예정됐던 문 대통령의 국민청원 답변 일정을 취소했다. 문 대통령은 애초 SNS 생방송에 출연해 ‘대통령 힘내세요’라는 청원에 답변할 예정이었다. 청와대는 “오전에 전해진 가슴 아픈 소식 때문에 예정대로 진행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했다.

심희정 신재희 김성훈 기자 simcit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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