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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무역전쟁 불길 환율전쟁으로 번지나




미·중 무역전쟁이 ‘환율전쟁’으로 확대될 가능성에 글로벌 금융시장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환율전쟁의 시동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걸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9일 “중국의 위안화 가치가 바위처럼 떨어지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다음 날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최근 위안화 약세에 대해 조작 여부를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중국이 통화를 무기로 사용하는지는 말하기 어렵지만 위안화 약세가 중국에 부당한 이익을 주는 것은 분명하다”고 덧붙였다. 미국은 오는 10월 발행되는 ‘환율조작 보고서’에서 이런 상황을 면밀하게 검토할 계획이다.

위안화 가치는 지난달 이후 4% 넘게 떨어진 상태다. 중국 인민은행은 지난 20일 위안화의 달러당 환율을 전날보다 0.9%나 높인 6.7671위안으로 고시했다. 겉으로는 무역전쟁으로 인한 중국 경제에 대한 우려가 위안화 약세의 원인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중국이 무역전쟁 피해를 완화하기 위해 위안화 가치 약세를 용인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위안화 가치가 떨어지면 중국산 수출품의 가격경쟁력이 확보된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중국 제품에 대한 관세부과의 효과를 떨어뜨리는 위안화 약세 현상을 두고만 볼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상 기조에 대해 “달갑지 않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도 이 때문이다. 미국의 금리 인상은 달러화 강세 원인으로 작용한다.

무역전쟁이 미국과 중국의 환율전쟁으로 번지면 파급 효과를 예상하기 어렵다. 위안화 가치가 더 하락할 경우 한국 증시 등 신흥국 금융시장에 상당한 타격을 주게 된다. 블룸버그통신은 “환율전쟁의 결과는 참혹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무역 환경이 개선되지 않는 상황에서 미국이 달러화 약세 정책을 밀어붙인다면 신흥국들은 수출품의 가격경쟁력 하락이라는 부담까지 안게 된다.

다만 금융시장에서는 중국이 위안화의 급격한 하락을 더 이상 용인하기 어렵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위안화 가치의 추가 하락은 중국에서의 자본 유출을 부를 수 있어 중국에도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KTB투자증권 홍록기 연구원은 “하반기 위안화 환율은 달러당 6.5∼6.8위안 내에서 안정된 흐름을 나타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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