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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린온 추락에 ‘수리온 수출’ 날개 꺾이나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지난달 5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 연병장에서 국산 기동헬기 수리온에 탑승해 성능과 작동법에 대한 설명을 들은 뒤 내리고 있다. 두테르테 대통령이 귀국한 이후 필리핀 정부는 수리온 구매를 검토해 왔다. 뉴시스


2500억원 규모 계약 직전 사고, 필리핀 “조사 결과 보고 결정”… 다른 국가로의 수출도 빨간불
사고 전 진동 줄이는 장치 정비… 다국적 부품 조립 오류 가능성도


해병대 상륙기동헬기(MUH-1) 마린온 추락사고의 불똥이 국산기동헬기(KUH-1) 수리온의 수출 전선으로 튀고 있다. 특히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지난달 방한 당시 직접 조종석에 탑승해보며 큰 관심을 보인 수리온 수출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는 수출 문턱까지 간 사업이 차질을 빚을까 안절부절못하는 분위기다.

수리온 제작사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수리온 11대를 필리핀에 수출하는 2500억원 규모의 계약 체결을 코앞에 둔 상황이었다. 정부 관계자는 19일 “필리핀 정부 내에선 수리온을 구매한다는 의사결정이 거의 끝난 단계였다”며 “이번 사고로 필리핀 측은 조사 결과를 우선 지켜본 뒤 계약서 작성 여부를 최종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필리핀 측이 KAI에 사고 원인에 대한 질의를 했다”며 “KAI는 ‘조사 결과가 나오면 전달하겠다’는 취지의 답변을 보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KAI는 필리핀 수출을 계기로 인도네시아 태국 등 동남아시아 다른 국가와 중남미 지역으로의 판로를 뚫을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번 사고로 수리온의 첫 수출 사업부터 불투명해졌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항공기 추락은 제작사에 치명적인 이미지 손상을 안겨줄 수 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6명의 사상자를 낸 마린온 추락사고 다음 날 “수리온 헬기의 성능과 기량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구태여 강조한 것도 이런 상황을 의식한 때문으로 보인다.

마린온은 수리온을 함정 탑재가 가능한 해군용으로 개량한 것이다. 수리온 기체에 접을 수 있는 회전날개, 바닷물에 부식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방염 처리 등의 ‘옵션’이 추가됐다. 마린온 사고 조사 결과가 심각한 기체 결함으로 드러날 경우 수리온의 수출길이 막힐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사고 조사는 보통 2∼3개월 걸리는데 그 전에 중간조사 결과가 나올 것”이라며 “그렇지 않아도 네거티브 마케팅이 판을 치는 방산업계에서 추락 사고는 악재로 작용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고 원인은 기체 결함이나 정비 불량으로 좁혀진 모양새다. 마린온의 회전날개 한 개가 부러진 직후 날개 전체가 통째로 기체에서 떨어져 나가는 사고 영상이 공개됐다. 특히 기체 떨림 현상을 줄여주는 자동진동저감장치가 사고 요인으로 거론되고 있다. 해병대는 유가족들에게 사고 전 기체 진동에 대한 정비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군 소식통은 “날개 전체가 뜯어져나간 사고는 전례가 없다”며 “다만 자동진동저감장치의 이상 신호나 결함 때문에 날개 이탈 현상이 발생했을 개연성은 작지 않다”고 말했다.

다국적 부품 조립 과정에서 오류가 있었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마린온의 모태인 수리온은 유럽산 헬기의 설계 도면을 기반으로 여러 국가의 부품을 조립해 만든 것이다. 미국산 엔진에다 유럽산 기어박스가 연결돼 있다. 기어박스는 엔진 동력을 회전날개에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회전날개는 국산이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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