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원은 문화적 보고… 부용동·소쇄원 최고”

호주의 정원 디자이너 질 매슈스 여사가 지난 9일 서울 종로구 삼청로 출판문화회관에서 출판기념회를 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파란 눈의 외국인에게 비친 한국의 전통 정원은 어떤 모습일까. 호주의 정원 디자이너 질 매슈스(70) 여사에게 지난15일 물었다. 최근 ‘한국의 정원(Korean Gardens)’이란 영문서적을 출간한 그는 한림출판사가 마련한 출판기념회 참석차 내한했다.

“한국 정원을 처음 접했을 때 고유한 멋이 있고, 예스러운 풍치가 그윽해 사색이나 명상하기 좋은 독립적인 공간이란 걸 깨달았습니다.”

인도 일본 중국 유럽 등지의 수많은 정원을 둘러봤다는 그는 한국 정원만의 독특한 매력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한국 정원이 자연환경과 멋스럽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는 점도 관심을 갖게 된 이유라고 했다. 오래된 정원일수록 적극적으로 자연과의 조화를 추구하는데, 이로 인해 정원과 주변 숲의 경계가 애매하다고 한다. 이는 일본에서는 흔치 않은 한국 정원만의 모습으로, 중국으로부터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하지만 중국의 정원과 비교할 때 한국의 정원은 인공구조물과 화초가 적고, 나무와 식물이 많다. 중국의 정원처럼 멀리서 큰 비용을 주고 실어 나른 바위들도 없다.

특히 그는 한국의 정원이 한국인의 복원력을 잘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전쟁과 사고로 정원들이 파괴됐지만 한국인은 꾸준히 복구하고 재건했다. 일제가 한국의 문화 대량학살을 시도했음에도 한국인이 복원력을 발휘해 문화적 연속성을 지킨 것은 주목할 사례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 정원은 한국뿐만 아니라 한국 문화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서양에 더 널리 알려야 할 숨겨진 문화적 보고”라고 강조했다.

‘한국의 정원’(208쪽)에는 저자가 지난 30년간 한국을 여덟 번 방문해 직접 답사한 20여개의 정원이 100여장의 사진, 지도, 도표와 함께 소개돼 있다. 그는 가장 좋아하는 한국의 정원으로 전남 완도군 보길도의 부용동 정원과 담양 소쇄원을 꼽았다.

하지만 대부분의 외국인이 서울 이외 지방의 정원을 잘 찾지 않는다며 안타까워했다. 지방의 다수 정원은 접근이 어렵기 때문이란다. 그는 “관광 당국이 서양인에게 도움이 되는 방문 정보와 정원 지도를 마련했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이 같은 정보 부재는 그가 외국인 최초로 한국의 정원을 소재로 책을 쓴 동기이기도 하다. 그는 “중국과 일본의 정원에 관한 책을 최소한 50권 소장하고 있다”며 “영어로 된 한국의 정원에 관한 책은 고작 2권이고 그것도 한국인의 시각에서 다룬 것”이라고 밝혔다.

한림출판사 관계자는 “외국인의 입장에서 직접 관찰하고, 공부하고, 답사하며 쓴 책이라 해외 독자에게 한국 정원 입문 교양서가 될 수 있다”며 “저자의 한국 정원과 한국 문화에 대한 사랑 또한 각별해 저자를 초청했다”고 말했다. 지난 9일 열린 출판기념회엔 한국계인 제임스 최 주한 호주대사가 참석해 축사를 했다.

법학을 전공한 그는 시드니 소재 라이드 스쿨에서 원예학(조경디자인) 학위를 받았다. 함께 방한한 남편 그레이엄 그린리프 뉴사우스웨일스대 교수와의 사이에 장성한 한국인 입양인 아들과 딸을 두고 있다.

글·사진=정재호 선임기자 jaehojeong@kmib.co.kr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