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 통신장비 시장, 화웨이 앞서가자 삼성전자 반격 시작

김영기 삼성전자 네트워크사업부장(사장)이 지난 13일 경기도 수원 디지털시티에서 국내 5G 기지국에 설치될 통신장비 실물을 처음으로 공개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 직원들이 디지털시티에서 5G 통신 속도를 활용해 다수의 태블릿으로 UHD 동영상 스트리밍을 시연하는 모습. 삼성전자 제공


세계 통신장비 1위 업체 중국 화웨이와 경쟁하고 있는 삼성전자가 3.5㎓ 대역 5G 통신장비 실물을 처음으로 공개하며 내년 3월 세계 최초 5G 상용화를 위한 통신장비 적기 공급에 자신감을 드러냈다. 화웨이에 가격경쟁력에서 뒤지고 ‘기술 격차’ 논란도 있지만 화웨이의 아킬레스건인 ‘통신 보안’ 문제를 부각시켜 우위를 점하겠다는 전략이다.

김영기 삼성전자 네트워크사업부장(사장)은 13일 수원 삼성 디지털시티에서 열린 기자설명회에서 직접 3.5㎓ 대역 5G 기지국 장비를 소개하며 “3.5㎓ 대역에서도 최고의 기술과 최고의 제품으로 우리 시장에 적기에 제품을 공급할 수 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가 통신장비 선정 기간에 기자간담회를 개최한 것은 1996년 해당 사업 시작 이후 처음이다. 화웨이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앞세워 국내 5G 시장에서 덩치를 키울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리자 서둘러 자사 5G 기술력을 선보인 것이다.

두 업체는 총 20조원 규모의 국내 5G 통신장비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장비 공급사인 이동통신사들을 상대로 세부 협상을 벌이고 있다. 이통사들은 이르면 이달 통신장비사를 최종 선정해 전국망 구축에 들어간다. 이통사들이 목표로 내건 ‘내년 3월 5G 상용화’가 이뤄지려면 통신 장비사들은 적어도 오는 12월 1일까지 통신장비를 완성해야 한다.

국내 LTE(4G) 통신장비 점유율은 삼성전자 40%, 화웨이 10% 수준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5G 시장에선 화웨이가 판을 흔들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화웨이는 삼성전자보다 5G 장비 기술력이 3개월 이상 앞선 데다 가격도 20∼30% 저렴한 것으로 알려졌다.

5G 주파수 대역은 크게 3.5㎓와 28㎓로 나뉜다. 저주파수 대역인 3.5㎓는 고주파수보다 데이터 전송량이 적지만, 전파 도달거리가 길고 전송 속도도 빠르다. 반면 고주파 대역인 28㎓는 도달거리가 비교적 짧지만, 대역폭이 넓어 대용량 데이터 전송에 유리하다.

화웨이는 3.5㎓에 집중했지만 삼성전자는 28㎓ 대역을 중심으로 장비를 구축해왔기 때문에 삼성전자가 적기에 3.5㎓ 장비를 내놓을 수 있을지가 업계 관심사였다. 김영기 사장은 “기술력 논란이 된 3.5㎓ 주파수 대역에서 이미 일본과 상용계약까지 체결했다”고 말했다.

화웨이의 최대 약점은 보안이다. 한국과 미국, 호주 등에서는 중국 업체가 통신장비에 ‘백도어(악성코드)’를 심어 데이터를 빼돌릴 수 있다며 화웨이 장비 도입을 꺼리고 있다. 김 사장도 이를 의식한 듯 “삼성은 가장 안정적으로 보안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으며 가장 신뢰를 줄 수 있는 회사”라고 강조했다.

이날 삼성전자는 글로벌 통신장비 점유율을 2020년까지 2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도 발표했다. 아울러 5G 시대 국내외에서 본격 상용화될 통신장비 ‘매시브 마이모’와 대용량 콘텐츠를 초고속으로 전송하는 5G 키오스크 성능 등을 시연했다.

수원=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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