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오피니언  >  칼럼  >  한마당

[한마당-김준엽] 정경유착 vs 정경협력



요즘 재계 관계자들을 만날 때마다 나오는 이야기는 문재인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만남이다. 만남의 배경, 파급효과 등을 말하다가 “앞으론 정부가 기업을 대하는 자세가 좀 달라지지 않겠나”라는 희망으로 수렴한다. 문 대통령이 국내 투자와 고용 확대를 주문한 만큼 앞으로는 개혁 대상이 아니라 경제 살리기 파트너로 대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한국 기업과 정부는 불가피하게 유기적인 협력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면이 있다. 수출 중심의 경제 구조를 벗어날 수 없는 구조적인 이유에서다. 한국 기업은 좁은 국내 시장 때문에 수출 없이는 성장이 불가능하다. 국가 간 통상 문제는 개별 기업이 나설 수 없는 문제이니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국민들은 한국 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승승장구하기를 바란다. 이를 위해 정부가 필요한 지원을 하는 것도 뭐라고 할 이유가 없다. 서로 도와 국가경제를 활성화하고 더 많은 성과를 얻어오기를 바란다. 단 그 과실을 정당하게 배분해야 한다는 전제가 있다. 박근혜정부와 기업의 잘못된 정경유착에 국민들은 분노하고 있다. 문재인정부가 지난 1년간 기업의 문제점 개선에 집중하는데 국민들이 지지를 보내는 것도 이런 이유일 것이다.

앞으로 문재인정부는 기업의 목소리를 경청할 필요가 있다. 최저임금, 주 52시간 근무제 등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갈리는 현안에서 기업도 한 축이다. 고용과 투자를 늘리라고 기업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여봐야 원하는 성과를 얻긴 어렵다. 고용과 투자의 주체는 결국 기업이다. 규제가 기업을 막고 있다면 과감히 없애야 한다.

하지만 기업과의 소통이 정경유착의 형태가 돼서는 안 된다. 경제 살리기란 명목으로 기업인의 일탈행위를 눈감아주고, 기업의 민원이나 해결해줘서는 곤란하다. 편의를 봐준 대가로 기업에 부당한 요구를 해서는 더욱 안 된다.

기업도 과거의 잘못된 관행과 완전히 결별할 준비가 됐는지 자신을 돌아봐야 한다. 문제점을 고칠 생각 없이 정부가 기업의 발목을 잡는다는 식의 태도로 일관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문 대통령은 1년 전 취임사에서 “일자리를 챙기고 동시에 재벌 개혁에도 앞장서겠다”고 했다. 재벌 개혁과 일자리 창출이 상충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기업인이 없길 바란다. 고칠 건 고치고, 할 일은 한다는 마음이 없다면 정부와 기업의 관계는 안 좋은 상태로 계속 평행선을 달릴 수밖에 없다.

김준엽 차장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