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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간의 안철수 바람, 일단 멈춤 “세계 곳곳에서 성찰과 채움의 시간”

안철수 전 바른미래당 의원이 12일 서울 여의도의 한 커피숍에서 향후 거취에 관한 기자간담회를 마친 뒤 차에 타고 있다. 안 전 의원은 정치 현안에 대한 질문을 받지 않고 15분 만에 간담회를 끝내고 자리를 떴다. 최종학 선임기자


안풍(安風)과 함께 시작된 안철수 전 바른미래당 의원의 6년 정치 여정이 일단 마침표를 찍었다. 안 전 의원은 정치 일선을 떠난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언제 복귀할지 기약하지 않았지만 정계은퇴를 말하지도 않았다. 정치적 안식년에 들어가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안 전 의원은 12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한 커피숍에서 기자들과 만나 “저는 오늘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 성찰과 채움의 시간을 갖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5년9개월 동안 정치를 하면서 다당제 시대를 열고 개혁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했지만 미흡한 점도 많았다”며 “그럼에도 제게 과분한 사랑을 베풀어주신 국민 여러분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고 했다.

안 전 의원은 “세계 곳곳의 현장에서 더 깊이 경험하고 큰 깨달음을 얻겠다”며 “오늘날 대한민국이 당면한 시대적 난제를 앞서 해결하고 있는 독일에서부터 해결의 실마리를 얻고자 한다”고 밝혔다. 독일 유학을 계획하고 있다는 뜻이다. 독일이 중소·중견기업의 나라, 4차 산업혁명이 시작된 나라, 분단과 통일의 경험을 가진 나라여서 첫 번째 행선지로 택했다는 게 안 전 의원의 설명이다. 몸은 해외로 나가지만 현실 정치의 끈은 놓지 않겠다는 얘기로 읽힌다. 6·13 지방선거 패배 후 공식석상에서 처음으로 내놓은 구상이다.

안 전 의원은 정치 여정의 소회를 묻자 “초심 그대로를 간직한 채 열심히 활동했다. 여러 가지 부족한 탓에 기득권 양당의 벽을 허물지는 못했지만 제가 갔던 길이 올바른 길이라고 지금도 믿는다”고 답했다. 정계 복귀 가능성과 시점에 대해서는 “지금 저는 어떤 생각도 갖고 있지 않다. 돌아올 계획도 세우지 않았다”면서 “(해외 체류의) 기한이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다”며 확답을 하지 않았다.

그는 지난달 27일 당 사무처 당직자들과의 오찬 자리에서 “실패했더라도 용기를 갖고 그 일을 계속 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의 말을 인용해 정치 재개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정치권에서는 2020년 총선 일정을 감안했을 때 안 전 의원의 복귀 시점이 내년 하반기 정도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15분가량의 기자간담회를 마치고 안 전 의원은 밝은 표정으로 자리를 떠났다. 지지자들은 “기다리겠다. 꼭 돌아오셔야 한다”고 외쳤다.

안 전 의원은 2012년 9월 19대 대선 출마를 선언하며 정계에 정식 입문했다. 그 1년여 전부터 청춘콘서트, 방송 등을 통해 큰 인기를 누렸다. ‘안풍’ ‘안철수 신드롬’ 등으로 불렸다. 그러나 정치에 뛰어든 이후에는 부침을 거듭했다. 새정치민주연합과 국민의당, 바른미래당 등 여러 정당 출범을 주도하며 정치적 실험을 계속했다. 국민의당은 2016년 20대 총선에서 ‘녹색 돌풍’을 일으키며 40석을 얻어 ‘다당제 구도 현실화’라는 성과도 냈다. 지난해에는 바른정당과 함께 바른미래당을 만들었으나 지난달 서울시장 후보로 출마한 지방선거에서 자신도, 당도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한 채 참패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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