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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연속 연장 이겨낸 30代 투혼… ‘416만 小國의 기적’

결승골을 넣고 환호하는 마리오 만주키치(맨앞). [AP=연합뉴스]

 
크로아티아 축구팬들이 수도 자그레브에서 잉글랜드와의 4강전을 지켜보며 응원을 펼치고 있다. AP뉴시스


인구 416만명의 크로아티아가 9번째 월드컵 우승국이 되기 위한 마지막 고비만을 남겨뒀다. 플레이오프까지 간 월드컵 예선, 본선 토너먼트 이후 연속된 세 번의 연장전 등 수차례 위기를 맞았지만 특유의 기술과 투지로 극복하며 세계 축구팬을 열광시키고 있다.

크로아티아는 12일(한국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4강전에서 마리오 만주키치의 역전골로 잉글랜드를 2대 1로 꺾었다. 1998년 프랑스월드컵에서 3위를 기록하며 강렬한 월드컵 데뷔전을 치른 크로아티아는 그 이후 20년 만에 프랑스를 상대로 우승에 도전하게 됐다.

크로아티아는 아르헨티나를 3대 0으로 꺾는 등 조 1위로 토너먼트에 진출했지만 본선에 오르는 것 자체가 가시밭길이었다. 유럽 예선 I조 최강으로 분류되고도 아이슬란드의 돌풍에 휘말려 조 2위로 플레이오프를 거쳐야 했다. 이 과정에서 한국처럼 감독이 교체되는 어수선한 상황을 맞았으나 그리스와의 플레이오프에서 1승 1무를 거두며 본선 티켓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비교적 수월하게 통과한 조별리그와 달리 16강 이후 토너먼트는 매 경기가 혈투나 마찬가지였다. 16강전, 8강전, 4강전 세 경기 모두 120분 연장전을 치른 데다 먼저 골을 허용하며 끌려가는 경기를 펼쳤다. 16강전(덴마크), 8강전(러시아)은 승부차기까지 가는 상황에서 기사회생했다. 이전까지 치러진 20번의 월드컵에서 3경기 연속 연장전을 치른 후 결승에 오른 건 크로아티아가 처음일 정도로 선수들의 투지와 체력이 빛을 발했다. 크로아티아 선수들이 6경기에서 뛴 거리만 723㎞에 달한다.

91년 유고연방에서 독립한 크로아티아는 인구가 416만명에 불과하지만 ‘발칸의 브라질’이라 불릴 정도로 선수들의 발재간이 좋아 다수의 축구 스타를 배출했다. 98 프랑스월드컵 득점왕 다보르 슈케르를 비롯해 즈보니미르 보반, 알렌 복시치, 로베르트 프로시네츠키 등이 레알 마드리드, AC 밀란, 유벤투스 같은 주요 클럽에서 활약하며 황금세대로 불렸다. 이 중 슈케르는 크로아티아 축구협회장으로 다시 한번 월드컵 우승에 도전하게 됐다.

이번 월드컵에선 루카 모드리치(33·레알 마드리드), 이반 라키티치(30·FC 바르셀로나), 만주키치(32·유벤투스), 이반 페리시치(29·인터 밀란), 이반 스트리니치(31·AC 밀란)가 황금세대 계보를 이어 활약 중이다. 페리시치 등 일부 선수를 제외하면 상당수가 30대로 사실상 이번 월드컵이 마지막이다. 이들은 또 다른 황금세대라는 수식어에도 주요 대회에서 별다른 성적을 내지 못한 것을 만회하기라도 하듯 세 번의 연장전에서 마지막까지 투혼을 발휘했다. 결국 선배들의 성적을 넘어 월드컵 역사에 새로운 페이지를 쓰게 됐다.

즐라트코 다리치 감독은 잉글랜드와의 경기 후 “나는 선수 교체를 하려고 했지만 선수 누구도 교체되기를 원하지 않았다”며 “‘나는 괜찮다. 더 뛸 수 있다’고 했다”고 밝혔다. 모드리치도 “오늘 우리는 우리가 지치지 않는다는 것을 다시 한번 보여줬다.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모든 면에서 경기를 지배했다”고 말했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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