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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가장 작은 302g 초미숙아로 세상에… ‘생존 확률 1%’ 극복한 ‘사랑이의 기적’

손바닥 한 뼘보다 작게 태어난 사랑이의 출생 후 이틀째 모습. 서울아산병원 제공


엄마 이인선씨와 아빠 이충구씨가 12일 서울아산병원에서 생존 한계를 이겨내고 건강하게 자란 사랑이를 안고 활짝 웃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제공


12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신관 6층 신생아집중치료실(NICU). 생후 5개월의 이사랑(여) 아기가 바구니 모양의 침대에 누워 눈을 깜빡였다. 작은 손발을 꼼지락거렸다. 사랑스러운 표정으로 지켜보는 엄마 아빠와 눈맞춤하고는 배시시 웃기도 했다.

아기의 몸무게는 3.0㎏(키 42㎝). 보통 아기의 평균 출생 체중(3.3㎏)정도밖에 안 됐다. 불과 5개월 전, 사랑이가 갓 태어났을 때는 302g(키 21.5㎝)으로 훨씬 더 작았다. 국내에서 가장 작은 아기로 보고됐다. 손가락 하나, 발가락 하나 잡기조차 힘들었다.

출생 체중 400g 미만 아기가 생존할 확률은 1%가 채 안 된다. 이 병원 신생아과 정의석 교수는 “손바닥 한 뼘도 안 되는 작은 사랑이가 가쁜 숨을 내쉬는 모습을 처음 봤을 때 그저 살리고 싶다는 생각만 들었다”고 했다. 그리고 아기는 의료진의 헌신적 노력과 엄마 아빠의 지극 정성이 더해져 숱한 생사 고비를 이겨내고 ‘1% 미만의 기적’을 만들었다.

서울아산병원은 엄마 뱃속에서 자란 지 6개월(24주 5일) 만에 초극소저체중미숙아로 태어난 사랑이가 169일간의 신생아 집중치료를 마치고 이날 건강한 모습으로 퇴원한다고 밝혔다.

초극소저체중미숙아는 출생 몸무게 1㎏ 미만일 때 해당된다. 특히 400g 미만 미숙아가 생존한 사례는 전 세계적으로도 드물다.

고령의 엄마(42) 아빠(41)는 인공수정을 통해 임신에 성공했으나 임신중독증이 찾아왔고 사랑이는 제왕절개로 4개월 빨리 세상 구경을 했다.

대개 1㎏ 미만 신생아는 호흡기와 신경, 위장관, 면역계 등 모든 장기가 미성숙 상태다. 출생 직후부터 호흡곤란증후군, 동맥관개존증(출생 후 닫혀야 할 심장과 폐 연결 혈관이 열려 있음), 장폐색증, 괴사성 장염, 패혈증, 미숙아망막증 등 여러 합병증을 앓게 된다.

사랑이는 폐포(숨 주머니)가 완전히 생성(대개 33∼34주)되기도 전에 태어나 긴급 소생술을 통해 겨우 심장이 뛸 수 있었다. 태어난 지 1주일째에는 몸속에 머금었던 양수가 빠지면서 몸무게가 295g까지 떨어져 생존의 한계를 넘나들었다.

엄마 아빠의 사랑도 큰 힘이 됐다. 미숙아 괴사성장염 예방을 위해 엄마는 단 하루도 거르지 않고 모유를 유축했고, 아빠는 매일 병원으로 모유를 갖고 와 공급했다.

정 교수는 “사랑이는 다른 신생아보다 넉 달 먼저 세상 밖으로 나왔지만 심장, 장 수술 등 단 한 번의 수술도 받지 않았다. 뇌실 내 출혈도 없이 온전하게 퇴원을 하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이어 “위기상황마다 사랑이 스스로 극복해내는 것을 보면서 생명의 위대함을 느낄 수 있었다”고 했다.

엄마 이인선씨는 “사랑이가 태어난 후 단 한순간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며 의료진에게 감사를 표했다. 의료진은 퇴원하는 사랑이의 건강을 기원하는 손편지를 직접 써 가족에게 건넸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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