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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을지로에서 놀고 빅 로고티 입는다



직장인 이모(26·여)씨는 최근 서울 중구 을지로3가를 찾았다가 깜짝 놀랐다. 노포(老鋪)와 철물점, 인쇄소만 있던 과거의 을지로가 아니었다. 골목마다 젊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음식점, 카페 등이 즐비했다. 이씨는 “을지로에 이런 데가 있을 줄 몰랐다”며 “다음에는 남자친구와 여기에서 데이트를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화생명은 20대 소비자를 집중 연구하는 전문기관 대학내일20대연구소와 함께 6개월간 트렌드 현상을 관찰한 결과, 밀레니얼 세대에서 ‘복고의 귀환’ ‘관계 줄이기’ 흐름이 나타났다고 12일 밝혔다. 밀레니얼 세대는 198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초반에 출생한 세대다.

서울의 옛 모습을 간직한 을지로가 ‘뜨거운 공간’이 되고 있는 것은 ‘복고의 귀환’과 일맥상통한다. 밀레니얼 세대는 ‘복고풍’에서 멋을 찾는다. 촌스럽다고 여기는 빅 로고 티셔츠가 유행인 것도 그 이유다. 밀레니얼 세대는 자신이 좋아하는 브랜드가 자신을 대신한다고 생각해 브랜드 로고가 잘 보이는 티셔츠를 즐긴다.

또 밀레니얼 세대는 불필요한 관계 맺기를 꺼린다. ‘관계 줄이기’는 가벼운 관계, 취향에 따른 만남을 선택하면서 만들어진 흐름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으로 관계 맺기에 집착하던 모습에서 180도 달라진 것이다.

친목 대화는 금지하고 간단한 사진만 공유하는 카카오톡 오픈채팅 ‘고독한 ○○방’, 댓글창에서 나누는 집단독백이 콘텐츠가 되는 유튜버 ‘봇노잼’의 인기가 대표적이다. 어딘가에 소속되기 위해 ‘만반잘부(만나서 반가워 잘 부탁해)’ 같은 말을 던지는 걸 풍자적으로 바라보는 것도 비슷한 현상이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 이재흔 연구원은 “2년여 전부터 관계 맺기에 부담을 느끼고 감정소모를 줄이려는 모습을 보여 온 밀레니얼 세대가 그 방법을 찾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보과잉시대를 반영한 신조어도 청년층 지지를 얻고 있다. 굳이 몰라도 되는 사실을 알게 되는 경우 ‘TMI(Too Much Information·너무 과한 정보)’라는 말을 쓴다. 한편으로는 쓸데없는 정보를 공유하는 놀이 문화도 있다. 취업준비생 김모(25)씨는 “심심할 때는 관심 있는 사람이나 나라에 대한 TMI를 찾아보기도 한다”고 말했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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