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시사  >  종합

[사건 인사이드] 소도둑 신고했다 간첩 누명 재심 끝에 40년 만에 무죄



1970년대 중반 간첩을 도왔다는 누명을 쓰고 투옥됐던 한 남성이 40년 만의 재심에서 혐의를 벗었다.

사건은 서슬 퍼런 군사독재 시절이던 44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평범한 농사꾼이었던 A씨(당시 39세)는 하루아침에 간첩으로 몰렸다. 1974년 6월 집에 괴한 2명이 침입했다며 경찰에 신고했을 때만 해도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당시 경찰은 괴한들을 소도둑으로 판단하고 사건을 종결했다.

문제가 터진 건 그로부터 4년 뒤. 78년 4월 갑작스레 나타난 서울 경찰국 대공분실 수사관들이 A씨를 연행해갔다. 그는 구속영장이 발부되지 않은 채로 55일 동안 구금됐다.

수사관들은 4년 전 침입한 괴한들이 한국전쟁 때 행방불명된 A씨의 친척으로 북한이 보낸 간첩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A씨가 지역 예비군 현황을 간첩들에게 건네주고 북한 복귀를 도왔다고 했다. A씨는 대공분실에 갇혀 가혹 행위를 당한 끝에 간첩 행위를 했다고 허위로 자백했다. 그는 결국 78년 서울형사지방법원에서 징역 10년에 자격정지 10년을 선고 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김태업)는 국가보안법 위반 등 혐의로 유죄 선고를 받았던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11일 밝혔다.

재판부는 “불법 구금돼 수사관 강요로 자백한 신문조서 등은 증거가 될 수 없고 참고인들의 진술도 간첩 행위의 증거로 부족하다”고 판시했다. 이어 “피고인은 과거 암울했던 권위주의 시대의 위법한 공권력 행사로 범법자로 낙인찍혀 고통을 받았다”며 “국가가 범한 과오에 대해 진정으로 용서를 구한다”고 사죄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