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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獨, 러시아에 포로로 잡혀” vs 메르켈 “獨 독립적으로 결정한 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첫날부터 격돌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벨기에 브뤼셀에 도착하자마자 유럽 국가들이 방위비를 너무 적게 낸다고 불만을 쏟아냈다. 첫 번째 타깃은 독일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의가 공식 개막한 11일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과의 조찬 회동에서 “독일이 러시아에 포로로 잡혔다”고 맹비난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보도했다. 최근 독일과 러시아가 체결한 ‘노드스트림2’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사업을 거론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독일을 보호하고, 프랑스도 보호하고 다른 나라들도 보호하는데 이 나라들은 러시아에 수십억 달러를 준다”며 “특히 독일은 러시아에서 아주 많은 에너지를 얻고 있다. 러시아에 포로로 잡힌 것”이라고 했다.

유럽 최대 경제강국인 독일이 미국이 제공하는 안보에 안주하면서 러시아와 천연가스 사업 계약을 맺어 러시아에 막대한 돈을 주고 있다는 취지다. 그러면서 트럼프는 “독일은 러시아의 완전한 조종을 받고 있다. 독일과 러시아는 매우 부적절한 관계”라고 거듭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유럽 국가들도 2024년까지 국내총생산(GDP)의 2%를 방위비로 지출키로 한 과거 나토 정상회의 합의를 이행할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부적절하고 미국 납세자에게 공정하지 않은 일”이라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에도 트위터에 “미국이 방어를 돕는 나토 회원국 중 많은 국가가 2% 방위비 약속을 지키지 않고 수년간 연체 상태”라며 “방위비를 어떻게 미국에 상환할 것인가”라는 글을 올렸다. 미국은 GDP의 3.5%를 방위비로 지출하고 있다. 독일(1.2%) 프랑스(1.8%) 이탈리아(1.1%) 등은 2%에 못 미친다.

메르켈 총리는 즉각 반박했다. 그는 나토 본부에 도착한 뒤 트럼프의 ‘독일은 러시아의 포로’ 발언을 전해 듣고 기자들에게 “독일은 독립적으로 결정하고 정책을 수립한다. 우리는 통일독일에서 자유를 누려 매우 행복하다”고 말했다.

메르켈 총리는 또 나토 방위비 부담에 대해서도 “독일은 나토를 위해 많은 것을 하고 있다. 나토에 군사력을 상당부분 지원하고 있다”며 “우리는 지금까지 아프가니스탄에 강하게 개입했다. 우리도 미국을 위해 방어하고 있다”고 했다. 독일이 방위비 지출을 GDP의 2% 이상으로 늘리기로 한 나토 합의를 이행하지 않는다는 비판에 대해선 “독일은 2024년까지 2014년 방위비보다 80% 이상 더 지출할 것”이라고 맞섰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앞서 10일 기자회견을 열어 29개 나토 회원국 가운데 폴란드 루마니아 등 7개국이 올해 GDP의 2% 이상을 방위비로 지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회원국의 3분의 2는 여전히 2% 조항을 충족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나토 회원국 정상들은 11∼12일 이틀간 열리는 정상회의에서 회원국이 위기를 맞을 때 나토군을 빠르게 배치하는 방법, 테러 대응, 아프가니스탄 정부군 지원 확대 등의 의제를 다룬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방위비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나서는 통에 합의 도출이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워싱턴포스트(WP)는 방위비를 책정할 능력이 없는 나토 회원국과 동맹에 대한 트럼프의 불만이 나토 정상회의를 방해한다고 지적했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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