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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불붙은 여혐 vs 남혐… ‘혐오 중독’ 대한민국



‘유튜버’ 양예원(24)씨 사진 유출사건으로 경찰 조사를 받던 스튜디오 실장 정모(42)씨 투신 이후 극단적 성대결이 재현되고 있다. 온라인상에서 정씨가 억울한 죽음을 당했다는 주장과 혐의가 드러나 무책임하게 목숨을 끊었다는 주장이 부딪혔고, 이 과정에서 이성에 대한 무책임한 혐오성 발언이 오갔다. 일부 극단적인 네티즌들의 발언이 성대결을 확대 재생산해 사회적 갈등만 부추긴다는 비판이 나온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10일 현재까지 이번 사건과 관련한 청원이 20건 넘게 올라왔다. 양씨 개인을 처벌해 달라는 주장부터 무고죄 피해자에 불리한 성범죄 수사 매뉴얼을 수정해 달라는 요구 등이었다. “무고에 의한 피해를 없애도록 ‘양예원법’을 만들어 달라”는 청원도 등장했다. 심지어 “양예원과 페미니스트들을 공개사형하라”는 주장도 있었다. 대부분 스스로를 남성이라고 밝힌 관련 청원자들은 정씨가 무고하게 죽었다고 단정했다. 억울함을 주장하는 정씨의 유서가 공개된 것이 이들을 부추긴 측면이 크다.

반면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혐의를 입증하는 단서가 드러나자 정씨가 부담감을 이기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있다.

대표적 ‘여초(여성이 대다수인)’ 온라인 커뮤니티인 다음 카페 ‘여성시대’에는 거꾸로 정씨의 무책임함을 비판하는 글들이 올라왔다. 정씨의 투신 책임을 양씨에게 전가하는 여론이 황당하다는 반응도 많았다. 한 네티즌은 “왜 모든 비난의 화살이 양예원에게 가는지 모르겠다”면서 “어떻게 스튜디오 실장을 향한 비난을 마녀사냥이라 할 수가 있나. 많은 소녀들에게 피해를 입힌 그 사람의 죄는 왜 덮는가”라고 적었다.

피해자인 양씨의 페이스북 계정 최근 게시물에는 2000개 넘는 댓글이 달리며 2차가해가 이뤄졌다. “예원이가 사람 투신하게 만들었다” “살인자에 양심도 없다” “당신의 거짓말이 만든 일”이라는 등 대개가 정씨의 투신을 양씨의 탓으로 돌리는 내용이었다. 비난 댓글을 단 대부분이 남성이었지만 여성들 역시 드물지 않게 보였다.

이른바 ‘SNS 테러’는 양씨에 대한 지지 발언을 했던 연예인 배수지(예명 수지·23)씨에게도 이어졌다. 배씨의 최근 인스타그램 게시물에는 “당신이 얼마나 큰일을 저질렀는지 생각하라” “당신 때문에 무고한 사람이 죽었다”는 등 양씨 지지 발언을 향한 비난과 “남자들에게 지지 말라” “헛소리하는 댓글 고소하라”는 등 배씨의 입장을 편드는 댓글 2500여개가 뒤섞여 달려 있다.

전명수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사실상의 여론재판으로 압력을 받는 사례”라면서 “사안을 볼 때 사실관계에 기초해 판단해야지 편파적 여론 흐름에 기승해 누군가의 행동을 재단해선 안 된다”고 조언했다. 전 교수는 최근 주요 사건마다 여론상 성대결 구도가 강화되는 데 대해서는 “특정 관점에서만 보면 사회 전체적인 맥락을 간과할 위험이 있다”면서 “사안을 여성의 권리뿐 아니라 전체 인권의 시각에서 보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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